공항 이용, 우체국 우편·금융, 병원 진료, 화장 예약, 문화행사 등 곳곳 차질
주말인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대규모 정부 전산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민 불편이 잇따랐다.
모바일 신분증부터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병원 진료, 화장(火葬) 예약에 이르기까지 실생활과 밀접한 시스템이 전방위적으로 멈추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찾은 김모(41)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각각 10살인 두 자녀가 비행기를 타려면 가족관계 증명 서류가 필요한데 이를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모바일로 발급하면 되지 않냐며 크게 개의치 않던 그의 아내는 정부24 오류로 발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가까스로 비행기를 타게 된 시민도 있었다.
자녀와 제주로 떠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신분증이 없는 아이들은 종이로 된 등본이 필요한데 가져오지 않은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며 다행히 과거 온라인으로 발급받은 파일이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어 통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국내선 2층에 있는 무인 발급기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시설 화재로 무인 민원 발급 창구 일부 발급 서비스가 일시 중단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시민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마포구 아현역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종학(63)씨는 "부동산 거래 때문에 등본이 꼭 필요한데 월요일에도 복구가 안 되면 어떡하냐"며 "불 한 번 났다고 하루 가까이 시스템이 멈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마비로 불편을 겪은 시민도 있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로 물류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주부 정모(58)씨는 "어제 오후에 우체국 택배로 아들에게 반찬을 보냈는데 배송 조회도 제대로 되지 않아 걱정된다"며 "곧 추석 연휴인데 그 전에 제대로 배송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현장인 병원에서도 불편한 상황이 빚어졌다.
직장인 임모 씨는 "아이 예방접종 차 병원에 다녀왔는데 예방접종 시스템 역시 먹통이었다"며 "의사가 우선 병원 자체 시스템에 접종 기록을 남겨놨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화장시설 온라인 예약서비스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도 접속이 어려워 당분간 화장 예약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시민은 "(장례를 치러야 할 사람들이) 지금 난리가 났다"며 장사정보시스템이 빨리 복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문화 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말인 이날 열린 한 음악 축제의 주최 측은 '모바일신분증 재난 상황 대체 인증' 공지를 올려 실물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은 경우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일사편리'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국가통계포털 등 서비스도 줄줄이 중단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누리꾼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주거래 은행이 우체국인데 이체도 결제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식당에서 결제하려는데 안 돼서 급히 다른 통장으로 현금을 뽑았다"고 했다.
경찰 112 신고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112 시스템은 서버가 본청과 지방청별로 따로 구축돼 있다"며 112 치안 종합상황실과 신고 포털 모두 정상 작동 중이라고 했다.
다만 사건 접수 여부나 수사 진행 상황을 알리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카카오톡 메시지·SMS 발송은 현재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찰관은 "국가법령정보센터도 접속이 안 돼 고소인 상담 등 업무 중 법령을 찾아보려 할 때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날 오후 8시 20분께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모바일 신분증과 국민신문고, 정부24 등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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