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고용보험제도가 새로운 기로에 섰다.

실직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구직급여)가 최저임금을 웃돌면서 구직자의 재취업 의지를 떨어뜨리고, 반복 수급을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5일 발표한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고용보험이 노동시장 안전망이라는 본래 기능을 넘어 일부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 ‘역전’…구직 의욕 꺾는다
실업급여의 핵심은 구직급여다. 구직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책정되는데,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 국내 구직급여 하한액은 평균임금 대비 41.9%,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실제 실직자가 하한액을 적용받을 경우 월 193만원을 받는다. 이는 월 최저임금(188만원)을 세후 기준으로 웃도는 금액이다.
경총은 “실직자가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득과 실업급여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아 재취업 동기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낮은 수급 문턱, 반복 수급 늘린다
우리나라 구직급여 수급 조건은 선진국과 비교해 완화돼 있다.
실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만 충족하면 된다.
다시 말해 약 7개월만 근무해도 4개월간 월 193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취업-실업’을 반복하며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 인정률은 99.7%에 달한다.
경총 관계자는 “반복수급자가 꾸준히 증가하는데도 제재 장치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모성보호 사업도 실업급여 계정에서…재정 압박
경총은 실업급여 계정에서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사업 비용을 대부분 충당하는 구조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주요 선진국은 고용보험과 모성보호를 분리 운영한다.
한국은 국고 지원이 전체 모성보호급여 지출의 10%대에 머물러, 고용보험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개선방안으로 △구직급여 하한액 폐지 및 구직급여액은 ‘평균임금의 60%’ 현행 기준 유지 △수급 요건 강화(기준기간 18개월→24개월, 기여기간 180일→12개월) △반복·부정수급 제재 강화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 국고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고용보험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에서 핵심 고용안전망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실업급여 구조를 합리화하고,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국고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제도가 노동시장 충격 완화와 사회안전망 유지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제도의 설계가 지나치게 수급자 친화적으로 기울어 있다는 점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업급여의 관대함’과 ‘재취업 유인책’ 사이의 균형, 그리고 ‘노동시장 안정성’과 ‘보험 재정 건전성’ 사이의 균형이 향후 고용보험 개혁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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