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대출·보증형식으로 협상 중
경주 에이펙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통상협상 논의를 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이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과 투자에 따른 수익 배분 등을 두고 한·미 양국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까지 변수로 부상하며 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까지 협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의 접견 사실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와 관련해 “그게 안 되면 충격이 너무 크다. 해결되지 않으면 도저히 다음으로 나가지 못하는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이 해결된다고 해서 당연히 미국이 요구하는 ‘에쿼티’(현금투자) 형태로 3500억달러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충분조건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현금투자 방식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대출이나 보증 등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외환보유고의 80%가 넘는 35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가 작지 않은 만큼,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리스크를 줄이거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다.
김 실장은 정부가 미국에 통화 스와프를 요구하게 된 과정과 관련해 “(7월 31일 관세합의) 이후 미국이 양해각서(MOU)라고 보낸 문서에 판이한 내용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합의한 3500억달러 투자액에 대해 한국 측에서는 대출이나 보증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비망록’에도 적어뒀으나, 미국이 현금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에 따른 수익을 배분하는 문제와 관련해 투자 원금이 회수될 때까지 투자 수익의 90%를 한국이, 10%는 미국이 가져가는 제안을 했다고도 소개했다. 김 실장은 “상업적 합리성에 맞고,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국익에 부합하며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협상 중”이라며 “시한 때문에 그런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또 “쌀과 소고기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비관세 관련 부분은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전제다. 나머지 영역에서 실질적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해선 “다음 중요한 계기가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라며 “그것도 염두에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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