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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테니스장에 농구협회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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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5 22:59:47 수정 : 2025-09-25 22: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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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수도 멜버른에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가 있다. 호주 테니스의 전설 로드 레이버를 기리기 위해 이름이 붙여진 코트는 메이저 테니스대회 중 가장 먼저 개최되는 호주오픈테니스의 홈이기도 하다.

 

서울에도 비슷한 곳이 있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다. 88서울올림픽의 무대였던 그곳은 이름도 평범하고 시설은 낡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는 지난주 아주 멋진 드라마가 펼쳐졌다.

 

윔블던의 여왕 이가 시비옹테크(세계랭킹 2위·폴란드)가 21일 막을 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1위·러시아)를 세트 스코어 2대 1로 꺾고 역전 우승했다. 시비옹테크는 첫 한국 나들이에서 우승 상금 16만4000달러(약 2억2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대회는 총상금이 112만9610달러(약 15억원)나 되는 큰 규모로, 1990년대에 그곳에서 열리던 남자 테니스 ATP 투어 KAL컵 코리아오픈과 비교할 수 있는 축제였다.

 

결승전은 1만석의 관중석이 꽉 찼을 정도로 성황이었지만 올림픽 코트는 시설관리 운영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시비옹테크는 결승전을 앞두고 주차장 보도블록 위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라커룸이나 선수들의 휴게실, 또는 웜업 공간으로 사용되어야 할 공간에 대한농구협회, 대한태권도협회, 서울평화상사무국, 스포츠안전재단 등이 입주해 있다.

 

올림픽공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이 운영한다. 하 이사장은 유도 스타출신의 체육행정가다. 유도국제대회를 치르다가 이런 일이 벌어져도 보고만 있을까?

 

테니스코트의 유지·보수관리도 엉망이다. 사무실 공간은 곳곳에 비가 샌 흔적이 있다. 하드코트 바닥이 곳곳에 부풀어 올라 대회 직전에서야 겨우 부분 수리를 해 대회를 치렀다. VIP식당, 방송중계실, 스폰서 공간 등을 외부에 텐트를 설치해 운영했는데 공단은 텐트 설치비를 받는 얄팍한 상술을 발휘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사용료가 2억원이 넘었으나 올해에는 약 1억6000만원대로 줄어들었다.

 

공단의 시설팀장은 “노후화된 코트가 문제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코트를 전면 개·보수하기 위해 기재부에 예산을 신청했는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고 했다. 그는 “시설관리는 우리가 하지만 운영은 다른 부서에서 한다”고 했다. 예산 신청액이 수천억원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뭔가 큰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 듯했다.

 

테니스코트에서는 테니스가 주인이어야 한다. 테니스코트의 관리 운영은 이제 대한테니스협회가 맡도록 하면 어떨까?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 호주농구협회, 호주태권도협회 사무실은 없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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