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태아가 자폐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 의학계가 술렁였다. 발언 직후 타이레놀 제조사 주가는 7%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2024년 한국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전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너무 비과학적이고 어이가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2019년 연구는 규모가 작고 설계도 정교하지 않아 신뢰성이 낮다”며 “이후 더 큰 규모로 정밀하게 진행된 연구에서는 타이레놀과 자폐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결과가 이미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FDA도 기자회견 직후 타이레놀 경고 라벨을 붙이겠다고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안 교수는 “공식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FDA 전체를 대변하는 듯 발언한 인물은 사실 오래전부터 백신 반대 운동을 벌여온 사람으로, 개인적 신념을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타이레놀과 자폐 연관성은 근거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안 교수는 무엇보다 임신부들의 불안을 우려했다. 그는 “임신 중 고열을 방치하면 태아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연구로 확인됐다”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약 복용을 피하다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임신부가 불안하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안전하게 처방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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