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망 피해… 작년 959명 검거
대다수 2030… 올해는 더 늘듯
지난 1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 마약 전달자인 일명 ‘드로퍼’가 한 남성으로부터 현금을 전달받는 현장을 경찰이 급습했다. 현금을 전달한 남성은 불법 가상자산 결제대행업체 직원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마약 구매자로부터 현금을 받아 가상자산으로 바꾸고 이를 마약상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마약상들은 가상자산 결제대행업체 리스트를 구매자에 전달하면서 마약 구매법을 안내하고 있었다. 아울러 직원 월급까지 이 업체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전달하며 수사기관의 눈을 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자산은 주로 비트코인이나 테더(USDT)가 사용됐다. 업체 사무실에서는 수천만원 규모 현금 다발도 발견됐다. 경찰은 가상자산 결제대행업체 직원 1명을 마약방조 혐의 등으로 구속했고, 직원 3명을 미등록 가상자산중개업을 운영한 혐의(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로 입건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마약 범죄는 불법 가상자산 결제대행업체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익명의 가상자산 지갑을 통해 자금 흐름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마약과 관련한 가상자산 거래로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 수는 2020년 748명에서 2021년 832명, 2022년 1097명, 2023년 1068명, 지난해 959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8월 가상자산 이용 마약 사범은 전체 마약 사범의 7.7%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텔레그램 대화방을 개설해 마약 구매자로부터 현금을 받아 가상자산으로 환전하고 전달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들은 해외 거래소와 지갑을 통해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 구글 검색을 통해 가상자산 대리송금 업체를 검색한 결과 70개 업체 텔레그램 주소가 나타났다. 개인병원이나 온라인 쇼핑몰, 카페 등 게시판에 텔레그램 주소를 올려 구글 검색에 노출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불법 영업이 성행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가상자산 결제대행업체는 마약뿐 아니라 다양한 범죄의 자금세탁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번에 잡힌 불법 가상자산 업체 4명도 모두 20∼30대로 가상자산에 익숙한 젊은 층이 범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가상자산이 범행에 사용되는 비중이 커지자 경찰청은 가상자산 분석·수사팀을 새로 발족했다. 서울청에 11명 규모로 신설된 가상자산 분석팀은 마약 등 범죄 관련 가상자산 분석 및 몰수·추징 등을 담당하고 서울·부산·인천·경기남부·경남청 소속 30명의 가상자산 수사팀은 불법 가상자산 결제대행업자와 마약 거래자금 세탁업자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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