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해 온 상징적 인물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사건이 23일 있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에 대한 구속 수사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의문을 안겨준다. 한 총재에게는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네 가지 혐의가 적용되었으나, 과도한 법적 잣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83세의 고령 여성 지도자로서 건강상의 어려움이 알려져 있는데도,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한 총재는 조사과정에서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오히려 자신을 향한 시련을 넘어 나라와 미래를 위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 총재는 가정연합의 공동창립자이자 고 문선명 총재의 동반자로서 반세기 넘게 세계 종교·평화운동의 중심에서 헌신해온 여성 지도자다. 북한에서 신앙의 뿌리를 이어받아 성장한 그는 문 총재 사후 세계적 종교로 성장한 가정연합을 이끌며 교육, 문화, 예술, 언론, 여성·청소년·평화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를 위한 ‘참사랑의 삶’을 실천해 왔다. 특히 세계 190여 국가를 대상으로 국제합동축복결혼식과 세계평화 서밋을 주관하며 ‘하늘부모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종교 간 화해와 평화 건설에 앞장서 국제사회에서 ‘평화의 어머니’로 불린다.
선학평화상 제정이 대표적이다. 2013년 문 총재의 평화 사상과 유업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이 상은 인간 존중, 갈등 화합, 생태 보전 등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를 지향한다. 지난 10여 년간 6차례에 걸쳐 난민 교육, 여성 인권, 민주주의 확산, 빈곤 극복, 생태 복원 등 인류 현안에 앞장선 인사들이 꾸준히 수상하면서 설립자에 대한 국제적 평화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매회 시상 기금만 10만 달러에 이른다. 리틀엔젤스예술단을 파견해 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것도 세계평화를 향한 사명감에서다.
한 총재가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문 총재가 걸었던 험난한 길에 동행해온 그는 편안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고,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17년간 가정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며, 그 길 위에서 펼쳐질 헌신과 도전 역시 무겁게 기다리고 있다.
역사 속 구세의 길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 예수의 제자 가운데도 배신과 실수가 존재했다. 가롯 유다는 은 삼십냥을 받고 스승을 배반했고, 수제자 베드로마저 잠시 스승을 부인했다. 유교나 불교에는 이런 일이 없었을까. 이러한 사례는 도의 길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없는 길임을 보여준다. 한 총재도 믿었던 제자들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고난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일이 정신적 스승들을 사지로 내모는 악순환으로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된다.
법의 잣대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용 방식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오늘의 미디어 현실 속에서 일부 편향된 언론의 자극적 보도와 정치권의 특정 종교 공격은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고, 민주 사회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 법의 공정성은 단순한 조문 해석이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종교 지도자와 같은 인물의 위치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비로소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 법 앞의 평등은 옳지만, 강제로 평등을 실현하려 들면 자유와 사회 안정은 흔들리고 만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 총재를 지지하는 세계인들과 그를 따르는 수많은 신도의 평화를 위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와 법 기관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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