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남정훈 기자] 1993년생. 이제 30대 초반의 나이. 다른 팀 같으면 중고참 쯤에 위치할 나이지만, 워낙 선수단 전체가 어린 선수들이 많은 GS칼텍스다보니 최고참 베테랑이다. 게다가 팀 내 유일한 기혼자. 스스로도 선수를 해온 날보다 할 날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마음을 비우고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GS칼텍스의 아웃사이드 히터 김미연 얘기다.

GS칼텍스는 23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진행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 여자부 조별예선 A조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1(25-27 25-21 25-18 25-11) 승리를 거뒀다. GS칼텍스는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2017, 2020, 2022, 2023년엔 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과 2021년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나머지 연도에도 4강은 갔다. 통산 우승 횟수도 6회로 여자부 1위다. 그만큼 GS칼텍스는 KOVO컵 명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올해도 2승을 먼저 챙기며 10년 연속 4강 진출이 유력해진 GS칼텍스다.
이날 김미연은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서 팀내 두 번째인 18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무려 53.33%. 최다득점은 아포짓으로 나선 권민지의 21점(공격 성공률 37.25%)이었지만, 순도만큼은 김미연이 단연 최고였다.

2018~2019시즌부터 흥국생명에서 뛰던 김미연은 지난 시즌 중반 문지윤과 트레이드되며 GS칼텍스에 합류했다.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비시즌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 팀내 최고참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미연이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도 “(김)미연이가 우리 팀이라서 최고참인 상황이다. 지난 시즌 중반에 트레이드로 합류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선수다. 지난 7월 단양에서 열린 퓨처스 대회에서도 아무런 불만 없이 뛰어주며 MVP도 수상했다. 이전 흥국생명에서 다소 선수로서의 가치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저희 팀에 와서 다시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비 시즌 때도 꾸준히 훈련해서 몸 상태도 좋다.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라며 고마움과 칭찬을 보냈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미연은 “수훈선수 인터뷰가 얼마만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라며 웃었다.
팀 내 선수들이 대부분 1990년대 후반생, 2000년대생인 상황.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하는 게 어떠냐고 묻자 김미연은 “애들이 항상 밝다. 제가 힘들어서 좀 가라앉을 때도 후배들이 항상 밝으니 따라 밝아지는 것 같아 기분 좋다”라고 답했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되던 당시의 소회를 물었다. 김미연은 “그 트레이드는 제가 다시 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와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다보니 적응하느라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클럽하우스는 가평군 청평에 위치해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할 정도로 외부와 뚝 떨어져있다. 운동에 집중하기엔 최적의 환경이다. 청평 라이프에 대해 묻자 “생활이랄 것도 없어요. 운동하고 치료하고 밥먹고, 그러다 하루가 가요. 그런데 저는 출퇴근에 익숙해져있어서 일정에 따라서 집에 갈 수 있으면 가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이어 “집이 화성이라 청평 클럽하우스까지 네비게이션을 찍으면 97km 정도 나와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출퇴근에 익숙하다 보니 그런 이동거리도 감내하는 편이에요”라고 덧붙였다.
2022년 6월에 결혼한 김미연은 어느덧 결혼 3년차에 접어들었다. 결혼 생활에 대해 묻자 “재밌어요. 스트레스도 별로 안 받아요. 집에서도 남편이 스트레스를 거의 안 주려고 노력해주는 덕분인 것 같아요”라면서 “후배들이 가끔 와서 ‘언니, 결혼 꼭 해야해요?’ 라고 물어보면 저는 하라고 해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는 게 결혼인데, 해보는 게 좋다’라고 말해주죠. 제가 출퇴근하는 걸 보면서 부러워하면서 ‘나도 결혼할래’라고 하는 후배들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2011~2012시즌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미연은 어느덧 15년차에 접어들었다. 김미연 본인조차 이렇게 프로 선수 생활을 길게 할 줄은 몰랐다. 비결을 묻자 “그냥, 하라는 거 하고, 하지말라는 거 안 하고 그렇게 무던하게 하다보니까 지금까지 왔네요. 그러다보니 어느덧 고참이라는 타이틀도 달게 됐어요”라고 답했다.
분명한건, 김미연이 선수로 뛰어온 시간보다 뛸 시간이 적다는 사실이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선수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할 시기가 찾아왔다는 얘기다. 김미연은 “숙소에 혼자 있는 시간이나 출퇴근하며 운전할 때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긴 해요. 운동 그만두면 뭘 해야할까 하고. 부모님들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라고 말해주시기도 해요. 그래서 좀더 편하게 마음먹고 선수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제가 고양이를 정말 좋아해요. 집에서 5마리나 키우고 있거든요. 그래서 선수를 그만두면 고양이 카페를 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서 GS칼텍스의 최고참으로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냐고 물었다.
“깜깜 무소식으로 김미연이라는 선수가 잊혀지긴 싫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옮긴 팀은 항상 성적이 좋았거든요. 저희가 원하는 성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고, 고참으로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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