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가자 전쟁부터 끝내야 수상 가능하다” 직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지만 미국 민심은 냉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열 명 중 일곱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나는 7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모두가 이러한 업적에 대해 내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노벨상을 받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는 서한을 노벨위원회에 전달했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등도 트럼프 대통령을 추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노벨상 후보 신청은 매년 1월 말 마감하며 후보 추천은 정부 관료, 국회의원, 대학교수, 노벨상 수상자, 전·현 노벨위원회 위원 등이면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미국 내 노벨상 수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벨상 수상의 결정권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5명이 쥐고 있는데 이들 중 최소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다.
여론도 좋지 않다. WP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지난 11∼15일 미국 성인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76%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온라인으로 실시했으며 오차 범위는 ±2%포인트다.
정당별로 살피면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자격이 있다고 보는 비율과 없다고 보는 비율이 각각 49%로 같았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자격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단 3%에 그쳤다. 무소속은 14%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두고 부정평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은 결과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응답자의 60%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잘못 처리하고 있다고 답했고, 58%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대응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의 54%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09년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서도 자격이 없다고 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욕심에 반박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BFM TV와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 하나뿐”이라며 “노벨상은 (가자지구) 분쟁을 멈출 때만 가능하다”고 직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가해 가자 분쟁을 중단시키고 48명의 인질을 구출하며 인도적 지원 경로를 재개하고 어린이, 여성, 남성, 노인 등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면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하루 앞둔 22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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