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행보 심기불편… 秋에 ‘주의’
정부조직법 공포일 겹칠 가능성도
장동혁 “사법장악 욕망에 정신줄 놔”
법사 소위선 내란전담부 결론 못 내
與 “공청회 추진” 처리 속도조절
野, 25일 상정 모든 법안 ‘필버’ 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의결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두고 23일 여당 지도부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당내 강경파가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이 청문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관련 여야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시행을 예고했다.

◆與 지도부 “청문회, 사전 상의 없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 청문회 의결 관련해 “사전에 상의는 안 됐다”며 “법사위 차원에서 의결된 것으로 사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도 “몰랐다. 당 지도부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사위가 전날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 중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를 의결한 것은 상임위 차원의 결정이고, 지도부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 지도부와 상임위가 상하관계에 있지 않는 만큼 사전보고를 안 한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청문회도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당내에선 추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의 강공에 불편한 기류가 읽힌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말까지 사법부 입장을 기다려보겠다고 메시지를 냈음에도 청문회를 의결해서 법사위원장이 주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의 불만은 추석 연휴 전 통과를 목표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2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직개편에 따라 상임위도 개편해야 하는데, 상임위 정수 조정에는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 상임위 정수는 국회규칙으로 정하는데 국회 운영과 관련된 사안은 여야 합의가 관례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이틀 연속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내에선 청문회가 30일에 진행되는 점에서도 우려 섞인 시선이 있다. 정부조직법이 예정대로 25일에 처리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공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국정운영 계획을 홍보할 수 있는 날에 청문회가 겹쳐지는 셈이다.

◆법사위 소위, 내란전담재판부법 결론 못내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는 이날 오후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사건 재판을 전담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법안1소위원장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토론은 있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공청회부터 시작해 다양한 논의 절차를 거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박찬대, 이성윤 의원은 각각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내란특별법,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 사건 재판을 전담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은 내란 등 특검이 수사 중인 사건만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따로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지만, 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당초 여당 내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한 강경 기류가 있었지만 일단 조절에 들어간 셈이다.
김 의원은 “두 법안 중 어떤 법안을 가져갈지 내부에서도 정리해야 한다”며 “원내대표단과도 상의해서 처리 일정을 잡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에 반대하며 위헌성 시비 등을 제기했는데, 민주당은 헌법 102조3항을 들어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헌법 102조3항은 법원 조직은 법률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의원님들께서는 본회의 무제한 토론을 대비해 사전에 일정을 조정해 주시기 바란다”며 “아울러 이 시간 이후부터 해외 활동 및 일정은 전면 금지됨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는 강력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욕망 때문에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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