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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헌신했지만 은퇴 후 방치”…봉사동물 ‘노후’ 지원 절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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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4 06:00:00 수정 : 2025-09-24 09:10:00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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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봉사동물 10마리 중 8마리, 민간 입양 실패
정부 중심 통합 관리체계 구축·의료비 지원 시급
“은퇴 봉사동물,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때”
지난 2023년 2월 1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에서 구조작업 중 부상을 입은 구조견 '토백이'가 발에 붕대를 감은 채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 지난 12일 오전 11시 5분쯤 경남 사천의 한 야산에서 10대 청소년 A양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은 울창한 수풀과 좁은 산길로 인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던 도중 119특수대응단 소속 구조견 ‘투리’를 투입했다. 8세 수컷 저먼 셰퍼드인 투리는 특유의 예리한 후각을 발휘해 투입된 지 2시간 만에 A양을 찾아냈다.

 

#2. 지난 2023년 2월 5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 한국 긴급구조대와 함께 파견된 구조견 ‘토백이’.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토백이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유리 파편 등에 앞발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붕대를 매고 생존자를 구조하는 ‘투혼’을 보였다. 토백이와 함께 튀르키예에 파견된 구조견 ‘티나’, ‘토리’, ‘해태’ 등 4총사는 8명의 생명을 구했다.

 

개는 사람보다 50배 이상 뛰어난 청각과 최소 1만배 발달한 후각을 자랑한다. 개 1마리가 수색대원 등 사람 30명 이상의 몫을 너끈히 해내는 이유다. 이들은 군견, 경찰견, 탐지견, 구조견 등으로 분해 각종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신속하게 탐지하고, 마약과 위험물질 차단 등 다양한 임무를 맡으며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

 

2년간의 혹독한 교육과정을 거쳐 ‘국가 봉사동물’로 임명되면 평균 7~8년의 임무를 수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봉사동물은 1100여마리다. 그러나 은퇴 후 분양처를 찾지 못해 방치되거나 사망 후 폐기물로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봉사동물 지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국회 정책포럼'에서 7마리의 국가 봉사동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은퇴한 봉사동물 284마리 중 민간에 입양된 개체는 64마리(22%)에 불과했다.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돌보거나 보호시설에서 여생을 보낸다. 실제로 국방부에서 추적견으로 활동한 13세 리트리버 ‘예랑이’는 은퇴 후 경기도가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며 생활하고 있다.

 

봉사동물의 민간 입양률이 낮은 이유로 현행 동물보호법에 이들의 은퇴 이후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물보호법이 봉사동물을 단순히 ‘소유’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은퇴 후 노후 보장이나 의료비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3일 국회에서는 봉사동물의 처우 개선과 지원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각 훈련기관에서 선발된 7마리의 봉사동물이 직접 참석했다. 동물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국회에 동물들이 대거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를 주관한 이영 사단법인 마침표 소장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은퇴 봉사동물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동물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존재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존중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가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봉사동물 지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국회 정책포럼'에서 종합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국윤진 기자

 

현재 국회에는 봉사동물 지원을 위한 법안이 3개 발의된 상태다. 특히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봉사동물과 은퇴 봉사동물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9월 23일을 ‘봉사동물의 날’로 지정해 공헌을 기리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제는 봉사동물이 현역일 때 합당한 대우를 받고 은퇴 후에도 제2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봉사동물의 입양 활성화를 위해 의료비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정부를 중심으로 지자체, 대한수의사회, 민간이 함께하는 통합 관리체계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현종 경기도 반려마루 센터장은 “은퇴 봉사동물은 고령의 중대형견이 많아 의료 연금형 바우처 같은 정기적인 의료비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현재 7개 기관에 흩어져 있는 관리체계를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의 통합지원센터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봉사동물에게 ‘월급’ 개념을 도입해 복무 보상과 은퇴 후 지원책 마련 ▲동물등록제를 통한 봉사동물 생애 주기 이력 관리 강화 방안 등도 논의됐다.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국회 의원회관 제2로비에서는 군견·경찰견·구조견·안내견 등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과 영상, 은퇴 이후 삶과 입양 사례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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