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공식 선언하며 한반도 평화 정책 등 외교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낮 12시 30분(한국 시각 24일 오전 1시 30분)에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190여개 정상 중 7번째 순서다.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경험한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와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구상이 연설문에 담길지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북핵 문제를 두고 ‘3단계 비핵화 해법’(동결→축소→비핵화)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전날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에 대한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며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김 총비서가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경우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미국 출국에 앞서 진행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생산을 동결하는 트럼프-김정은 간의 합의를 수용할 수 있다”며 “핵 동결은 긴급한 중간 조치로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을 더 늘리지 않게 만드는 게 현실적인 당장의 목표고 그다음에 비핵화로 가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남북 간의 관계가 급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북 확성기 전면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일정 조정 등의 대북 유화책을 실행했지만 북한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장 남북 대화가 풀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북미 대화를 계기로 남북 간 교섭 통로가 만들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미 군사 훈련 등 미국 협조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북한과 대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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