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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여길 왜 와!”…돌연 갯벌 뛰어든 ‘순직 해경’ 팀장 구조 소동

입력 : 2025-09-23 11:10:00 수정 : 2025-09-23 09:35:39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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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재석 경사 유족, 사고 지점 인근서 추모
당직팀장, 예고없이 방문…“지켜주지 못해 죄송”
추모한다며 갯벌 들어가…특공대, 배 태워 구조
유족 “빨리 구조했으면 살았을텐데…원통” 격분

갯벌 고립자를 구하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의 파출소 당직 팀장이 유족들의 추모 현장을 찾아와 사죄했다. 그는 추모하겠다는 이유로 사고 지점 인근 갯벌에 뛰어들었다 구조되기도 했다. 유족은 구조가 늦어진 이유에 의문을 표하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 관련 담당 팀장인 A 경위가 지난 22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돌고래전망대에서 유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고 있다. 오른쪽은 이 경사를 추모하겠다며 국화꽃을 들고 갯벌로 들어가는 A 경위. 인천=뉴스1·연합뉴스

 

23일 인천해양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55분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 인근 갯벌에 A 경위가 들어갔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순직 사고 당시 파출소 당직 팀장인 A 경위는 전날 이 경사 유족들의 추모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사고 지점인 꽃섬 인근에 국화꽃을 두고 오겠다며 돌연 갯벌로 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A 경위의 돌발 행동에 중부해경청 특공대, 인천해경서 영흥파출소·신항만구조정·인천구조대, 평택해경서 평택구조대·안산구조정 등 32명과 경비함정 6척을 투입했다. 공동 대응 요청에 소방 당국도 A 경위를 구조하기 위해 소방관 4명과 차량 2대를 현장에 보냈다.

 

해경은 오후 1시6분쯤 발목과 무릎 사이 높이까지 물이 차는 상황에서 A 경위를 배에 태워 구조했다. A 경위가 들어간 해안 출입문에는 ‘어촌계의 사전 승낙 없이 무단출입을 금하고 위반할 경우 관계 법령에 의해 처벌하오니 유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순직한 이재석 경사의 파출소 당직팀장이 유족에게 무릎을 꿇은 채 사죄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앞서 전날 오전 예고 없이 추모 행사를 찾은 A 경위는 국화꽃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유족에 사죄했다. 그는 “이재석 경사는 가장 믿고 신뢰하는 소중한 팀원이었다”며 “재석이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A 경위 얼굴을 향해 국화꽃을 던지고 격분했다. 한 유족은 “네가 여길 왜 오느냐”며 “장례식장에 와서 한마디라도 사과했느냐”고 분노했다.

 

유족은 A 경위가 2인 1조 규정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 경사를 홀로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사의 어머니는 전날 추모 자리에서 “빨리 구조했으면 우리 재석이 살았을 텐데 왜 구조하러 안 온 거야” “엄마 이제 어떻게 살아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등 울분을 토하며 통곡했다. 유족들은 “재석이가 가까운 거리에서 발견된 것이 너무 원통하고 비통하다”며 “팀장은 왜 팀원을 깨워 보내지 않았는지, 근무자가 4명이나 있었는데 왜 구하러 가지 않았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갯벌 고립자를 구하다가 순직한 이재석 경사의 유족인 어머니와 사촌형이 22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A 경위는 “사건 관련 드론 영상, 무전 녹음 등 객관적인 자료는 다 남아있어 (사실이) 왜곡될 수 없다”며 “왜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과 문제점이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팀원들에겐 “마지막 지시이자 부탁”이라며 “모든 팀원은 성실히 (검찰) 조사에 임해 주시고 책임을 면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추정에 의한 내용을 공표하지 말라”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이었던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7분쯤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혼자서 출동했고, 중국 국적 70대 남성을 구한 뒤 실종됐다 결국 숨졌다.

지난 11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 고립된 중국 국적 남성에게 이재석 경사가 구명조끼를 벗어주는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사건 당일 오전 2시42분쯤 현장에 도착했다는 이 경사의 보고에 A 경위는 “어떻게 추가 누구 좀 보내줄까 깨워서?” “서에다 보고를 하고 ○○랑 XX를 깨워서 같이 상황 대응을 하자.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긴 했지만 추가 인력 배치 조치가 즉각 이뤄지진 않았다.

 

당시 파출소 당직자는 모두 6명이었으나 이 중 4명이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부여받은 탓에 이 경사와 당직 팀장 등 2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당직 팀장이 다른 동료들을 깨우지 않았고, 상급 기관 보고를 먼저 제안하고도 실제 보고는 약 1시간 뒤에 이뤄진 것으로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 경사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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