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과 ‘정교유착’ 의혹이 제기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한학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한 총재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원주 전 천무원 부원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6시35분까지 5시간여 동안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새벽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한 총재에 이어 같은 법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한 정 전 부원장에 대해선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으며, 방어권 보장의 필요가 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크게 네 가지 혐의로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지시와 최종 승인에 따라 통일교 관계자들이 김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등 윤석열 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금품 등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했다고 의심한다.
앞서 구속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2022년 권 의원에게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통일교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1억원을 건넸고,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김씨 선물용으로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293만원 상당의 금품을 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통일교 측은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으며,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 총재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내 식구였던 사람이 일을 벌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돼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은 한 총재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모른다’고도 했다며 “정치인에게 돈 준 적이 없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한 총재는 곧바로 정식 입소 절차를 밟는다. 특검은 최장 20일(10일+10일)인 구속 기간이 끝나기 전 한 총재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는 입장문을 내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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