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군인 13명 방산업체 등 사기업 진출
‘안가 회동’ 대통령실 비서관 대형로펌 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퇴직한 군경 40명이 대기업 등 사기업이나 로펌행을 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행을 택한 경우는 5명에 그쳤다. 계엄 다음 날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인사는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현황’ 자료를 세계일보가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2025년 4월 5개월간 국방부나 경찰청을 떠나 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은 군인은 20명, 경찰은 28명으로 집계됐다. 군인은 20명 전원, 경찰은 22명만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을 받았다. 나머지 경찰 6명에겐 취업 제한 또는 취업 불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는 ‘취업 제한 여부 확인 요청 심사’와 ‘취업 승인 심사’로 나뉘는데, 대상 기관은 올해 기준 2만4656곳으로 동일하다.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의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특별한 사유가 인정돼 취업 승인을 받으면 취업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육해공군 퇴직 군인 13명이 사기업을 택했는데,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계열사가 4명에 달했다. 다른 퇴직 군인 4명은 기타공공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기술원 또는 연구원, 자문위원 취업을 희망했다.
나머지 퇴직 군인 1명은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1명은 가천대, 1명은 수협중앙회를 택했다. 이들의 계급은 중장부터 중령까지 다양했다.
또 취업 가능 또는 승인을 받은 퇴직 경찰 22명 중 16명이 사기업을 택했다. 보험사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4명은 로펌, 1명은 지방공기업인 인천교통공사, 1명은 대한민국 항공보안협회를 택했다. 취업이 좌절된 퇴직 경찰 6명 중 4명도 로펌, 2명은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 이직을 희망했다.
같은 기간 취업 심사를 받은 대통령실과 대통령경호처 퇴직 인사는 각 2명, 1명이다. 이 중 12·4 삼청동 안가 회동 참석자로 지목된 검사 출신 전직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올봄 법무법인 태평양에 입사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 심사 결과는 실제 취업 여부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각 취업 심사 요청일, 결과일 등은 현행법상 비공개다.
권 의원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더라도 공직자로서 얻은 정보와 경험이 공정 경쟁을 해치거나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어선 안 된다”며 “이런 국민적 우려와 관련해 현행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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