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ALIO)에 공시된 331개 공공기관 임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현직 공공기관장 298명 중 53명(윤석열정부 임명 50명·문재인정부 임명 3명)이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드러났다. 기관장 6명 중 1명꼴로 해당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의 주요 사업이나 업무 관련 경력이 전혀 없거나 부족한 외부 인사, 대선 캠프 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여당 정치인, 대통령실 인사로 확인됐다. 정권 창출에 기여했거나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여당 출신을 전문성도 따지지 않고 내리꽂은 셈이다.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장이 ‘정권 전리품’이란 인식이 확 바뀌도록 전문성과 개혁 의지를 갖춘 인물을 임명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낙하산 인사가 이끈 공공기관 다수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은 보은 인사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공기업 중 6곳, 준정부기관 중 4곳이 각각 ‘보통’(C) 이하 등급을 받았는데, 특히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아주 미흡’(E)으로 평가됐다. 기관장 내정 단계부터 전문성 부족 논란을 빚어 노동조합을 비롯한 안팎에서 사퇴 압력에 시달렸으니 정상적으로 운영될 턱이 있겠는가. 이들 공공기관의 악화된 경영 실적 탓에 정부가 그 손실을 떠안으면 결국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여야는 그간 공공기관의 장·감사·이사가 되려면 5년 이상 해당 업무에서 경력을 쌓아야 한다든지,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3년이 지나야 기관장 추천 대상이 될 수 있다든지 등 자격 요건을 강화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임원추천위원회나 공운위 등을 통한 공공기관장 임명과 평가를 내실화하는 법안도 내놨으나 19대 국회 18개, 20대 8개, 21대 1개 등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22대에서도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야당일 때는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여당이 되면 돌연 태도를 바꾸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공기관 통폐합 검토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 내 강훈식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질 예정이다. 구조조정을 통한 공공기관 개혁도 중요하겠지만, 낙하산 인사 방지책도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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