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구름을 덮고 있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온몸이 축축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바깥의 날씨가 궁금했다. 맑은 하늘을 거닐던 날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여기서 놓여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흘러가고 싶어졌다. 한 번은 제대로 된 빗줄기를 떨어뜨리고 싶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나는 이제 내 모습이 한 방울 눈물처럼 보인다고 해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한 무리의 낯선 구름들이 나에게도 들이닥칠 것이었다. 비가 되면 넓고 뜨거운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다. 미루었던 잠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시를 읽다 말고, 블라인드를 걷어 창밖을 내다본다. 주말 사이 비가 내렸다 흐렸다 개었다 하더니, 지금 가을 하늘에는 탐스러운 구름들이 가득 떠 있다. 빛을 머금은 한낮의 뭉게구름들이 예사로운 표정으로 천천히 흘러간다. 어떤 갑갑함 같은 건 조금도 없다는 듯이, 다만 흘러간다.
이따금 생각한다. “한 번은 제대로 된 빗줄기를 떨어뜨리고 싶다” 하고. 마치 온몸에 구름을 두른 듯이. 지금 창밖 하늘을 유유히 떠가는 여느 구름이 아닌, 축축해서 참을 수 없는 그런 구름. 전부를 쏟아버리고, 목 놓아 펑펑 울어버리고 “넓고 뜨거운 지상”에 닿는 것. 그토록 바라던 세계에 이르는 것. 그러면 괜찮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될 수 있을까. 구름 아닌 진짜 내가 되어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구름보다 멀리 흘러갈 수 있을까.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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