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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자금 94조 중 18조가 ‘LNG 운반선’에 쓰였다

입력 : 2025-09-22 15:09:25 수정 : 2025-09-22 15:09:24
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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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분류 체계부터 다시 세워야”

정부의 기후정책자금 중 상당수가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 자료를 인용, 2024년 기준 5대 공적금융기관이 승인한 기후정책자금 94조1715억원 중 17조6846억원(약 18.8%)이 LNG 운반선 금융에 쓰였다고 22일 전했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 기후정책자금의 36%에 해당하는 수치다.

 

LNG가 기후정책자금의 대상이 된 건 화석연료가 아닌 전환연료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LNG는 그동안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전환연료’로 불려왔다. 다만 이는 연소 시점만 고려한 평가로, 생산·운송·소비 전 과정을 고려한 전생애주기(well-to-wake) 배출량은 LNG가 오히려 석탄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발표됐다. 미국 코넬대 분석에 따르면 미국산 LNG의 전생애주기 배출량은 석탄보다 33%나 높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부터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평가 방식을 ‘연소 시(tank-to-wake)’에서 ‘전생애주기’로 전환한 바 있다. 전생애주기가 기준이라면 LNG는 친환경으로 분류하기 어려워진다.

 

기후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17만5000㎥급 LNG 운반선 1척은 연간 약 1233만t의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한다. 현재 건조 중인 LNG 운반선 350척의 연간 배출 기여량은 43억t으로 인도 전체 연간 배출량을 상회한다. LNG 운반선은 운항 과정에서도 최대 15%의 메탄을 미연소 상태(메탄 슬립)로 대기 중에 방출한다.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가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LNG 운반선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미국산 LNG 수출선박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6년간 4.5배 급증, 현재 연간 1840만t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모든 전기차가 연간 감축하는 온실가스양인 1200만t을 넘는 수치다.

 

기후솔루션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기후금융 정책의 허상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며 “기후리스크 평가 의무화, 지속가능성 공시 확대 등 제도 개선을 논하기 전에 무엇을 ‘녹색’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본 기준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으로도 LNG를 화석연료로 분류하는 곳이 늘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 영국 수출입은행(UKEF), 덴마크 수출신용기금(EIFO) 등은 2021~2022년부터 LNG 운반선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BNP파리바 등 민간 금융기관들도 포트폴리오에서 LNG 인프라를 배제하고 있다.

 

신장식 의원은 “이번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함께 기후금융 정책을 재정비한다면, 국제 기준에 맞는 진정한 의미의 녹색분류체계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며 “피상적인 제도 개선이 아니라 화석연료는 화석연료로 분류하는 상식적 기준을 도입해야 그린워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가스팀 신은비 연구원은 “기후리스크를 평가하고 기후금융을 늘린다고 하지만, 정작 화석연료 인프라를 녹색으로 분류하는 후진적 기준을 그대로 두고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해외에서는 이미 LNG를 화석연료로 분류해 금융 지원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한국만 시대착오적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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