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정부가 호텔 압박…민주주의 국가서 있을 수 없는 일”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호텔이 정부 행사를 이유로 오는 11월 예정된 일부 결혼식 일정을 취소해 반발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재명 정부에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11월 결혼 예정인 일부 고객들에게 ‘국가 행사’를 사유로 이달 초 신라호텔 예식장 예약 취소를 안내했다. 사전 계약서에 ‘국가 행사에 의한 일정이 생길 경우 취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별다른 보상이나 위약금 지급은 없으나, 도의적인 차원에서 개별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게 호텔신라 측 설명이다.
호텔신라 측은 어떤 국가 행사인지, 누구 요청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계약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련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방한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APEC 행사 전후로 한미·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인데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과 중국 측은 서울에도 숙소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식을 두달여 앞두고 갑작스럽게 예식 일정이 취소된 예비 신혼부부들은 당황스러운 모양새다. 한 예비 신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이 11월2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호텔 측으로부터 예식 취소에 대한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게 됐다”며 “예식이 불과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소식을 접하게 돼 경황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혼 준비는 통상 1년 전부터 시작하는데, 인기가 많은 예식장의 경우 2년 전부터 예약을 잡기도 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라호텔 역시 높은 가격대에도 수요가 많아 최소 1년 전에는 예약을 확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호텔 웨딩은 주로 대연회장 다이너스티와 중연회장 영빈관에서 이뤄진다. 이외에도 ‘스드메’로 불리는 웨딩 촬영, 헤어·메이크업 예약, 드레스 투어 등 예약도 얽혀있어 예비 신혼부부들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정부가 호텔을 압박해 1년 전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시키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 아들은 삐까뻔쩍하게 결혼시켜 하객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힘없는 국민은 정부가 한마디 하면 잡아뒀던 예식장도 정부에 헌납해야 하느냐”며 “국제 행사가 아무리 중해도, 국민의 행복과 권리를 침범할 순 없다. 국민께 사과하고 바로 잡으라”고 덧붙였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에 “국가 행사로 기존 예약 고객들께 예약 변경, 취소 안내를 드린 게 맞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있다 해도 당황스러울 고객을 위해 개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호텔 사익을 위한 일방적인 취소가 아닌 국익을 위한 조치였던 만큼 고객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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