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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안에 검은 잔 4개 와인 품종 모두 맞추시오” 베테랑도 혀 내두른 한국소믈리에대회 결선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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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1 18:17:57 수정 : 2025-09-21 18:17:56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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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맞은 2025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난도 더욱 높아져/4명 결선 올라 치열한 경합/이형택 소믈리에 영예의 우승 차지

 

2025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진출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소믈리에 앞에 놓인 4잔의 와인. 불과 3분안에 4개의 와인을 시음하고 품종, 생산 지역, 공통점을 맞혀야 합니다. 하지만 잔은 검은 잔이라 육안으로는 화이트 와인인지, 레드 와인인지 구분하기 조차 어렵습니다. 난도 높은 테스트를 마주한 소믈리에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는 땀방울. 과연 그는 정답을 제대로 맞힐 수 있을까요. 여기는 ‘와인의 신’ 울고 갈 2025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현장입니다.

 

우승자 이형택 소믈리에(CJ푸드빌 더스테이크하우스). 최현태 기자

◆24번째 ‘와인의 신’ 탄생

 

프랑스 농업식량주권부가 주최하고, 홉스코치 코리아(구 소펙사)가 주관하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프랑스 와인 소믈리에 대회로 매년 실력 있는 소믈리에들을 발굴해 와인 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4회를 맞은 2025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은 10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지난 6월 열린 예선에 116명이 출전했고 결선에 오른 4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 이형택(44·CJ푸드빌 더스테이크하우스) 소믈리에가 영예의 챔프에 등극했습니다. 2~4위는 정주희 소믈리에(살롱뒤부케), 김혜미 소믈리에(살롱뒤부케), 배성민 소믈리에(알라프리마)가 차지했습니다. 우승한 이형택 소믈리에에게는 다양한 부상과 함께 프랑스 주요 와인 산지 와이너리 연수 기회가 제공됩니다.

 

이형택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결선에 진출한 소믈리에들은 30여분동안 ▲아페리티프 칵테일 제조 ▲스파클링 와인 오픈 및 서비스 ▲고객의 돌발 요청이나 돌발 상황에 따른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 ▲블라인드 와인 테이스팅 ▲레드 와인 디캔팅 및 서비스 ▲프랑스 치즈 페어링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단순한 와인 테이스팅이나 서비스 능력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고객 응대와 빠른 판단력,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 능력 등 프랑스 식문화의 폭넓은 지식과 함께 소믈리에로서 요구되는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했습니다.

 

2025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예선 필기 시험.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이번 대회의 심사는 프랑스 와인 전문가 장 파스칼 포베르(Jean Pascal Paubert)를 비롯한 국내외 와인 전문가 7명이 맡아 공정성과 전문성을 더했습니다. 포베르 심사위원장은 “한국 소믈리에들의 수준이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예선 테이스팅 시험.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CRK가 국내에 독점 수입하는 와인셀러계의 세계적인 명품 ‘유로까브(EuroCave)’ ▲유서 깊은 프랑스 와인 명가 바론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의 ‘무똥 까데(Mouton Cadet)’ ▲크리스탈 와인 그룹에서 공식 수입하는 핸드메이드 고급 글라스 ‘잘토(Zalto)’ ▲딜리셔스 라이프(Delicious Life!)를 모토로 하는 와인 수입사 ‘비노테크(Vinotheque)’ ▲프리미엄 와인 수입사 ‘와이너(Winer)’ ▲국내 최초, 최대, 최고 국제인증 와인교육기관 ‘WSA 와인아카데미’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습니다.

 

WSA와인아카데미 WSET 교재. 최현태 기자

◆매년 높아지는 결선 난도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믈리에 대회임을 증명하듯, 매년 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까다로운 문제가 대거 출제됐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아페리티프(칵테일) 제조 및 서비스. 5분안에 3가지 칵테일을 제조해 3인 테이블의 손님에게 서브를 마쳐야 합니다. 칵테일 3가지는 마이 타이(Mai-Tai), 네그로니(Negroni), 키르 로얄(Kir Royal)입니다. 손님들에게 주문을 확인하는 과정, 올바른 재료와 적절한 잔을 이용하는지 심사합니다. 특히 키르 로얄의 차가움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칵테일 2개를 먼저 제조하고, 키르 로얄을 가장 마지막에 만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칵테일 제조는 매년 나오는 문제이지만 60가지가 넘기 때문에 어떤 칵테일인지 잘 모르면 정확한 베이스와 재료들을 골라 짧은 시간에 서브까지 마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만큼 칵테일 제조 경험이 풍부한 소믈리에들만 과제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형택 소믈리에 칵테일 제조. 홉스코치 코리아 제공

특히 마이 타이는 흔하지 않는 칵테일이여서 소믈리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마이 타이는 럼 베이스 칵테일로 라이트 럼이나 다크 럼, 라임 주스, 오렌지 큐라소(또는 트리플 섹), 오르자(Orgeat, 아몬드 시럽)으로 만들고 라임, 민트, 파인애플 등의 과일로 장식합니다. 네그로니는 허브와 보타니컬의 향이 매력적인 진(Gin), 쌉싸름한 이탈리아 아페리티프 리큐어 캄파리(Campari), 허브 향과 단맛이 나는 주정강화 와인 스위트 베르무트 (Sweet Vermouth)을 보통 1 : 1 : 1 비율로 섞고 오렌지 슬라이스 등으로 장식합니다. 키르 로얄은 스파클링 와인 칵테일입니다. 잔에 차갑게 식힌 크렘 드 카시스를 먼저 넣고 샴페인이나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을 부은 뒤 젓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만듭니다.

 

2위 정주희 소믈리에(살롱뒤부케). 최현태 기자

두 번째 관문은 블라인드 테이스팅. 검은 잔에 담긴 4개의 와인을 불과 3분안에 와인 품종, 생산 지역을 맞추고 공통점이 있다면 그 공통점까지 말하는 미션입니다. 검은 잔이라 레드와인인지 화이트 와인인지 육안으로 식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정답은 모두 화이트 와인으로 포도 품종은 롤(Rolle), 비오니에(Viognier),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샤르도네(Chardonnay). 공통점은 모두 단일 품종 와인이고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 와인입니다. 역시 오랫동안 후각과 미각을 단련하지 않았다면 맞추기 어렵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스파클링 및 화이트 서비스. 6인 테이블 손님을 대상으로 6분안에 마쳐야 합니다. 호스트가 주문한 와인을 요청에 맞게 서비스하는 미션입니다. 스파클링을 서비스하다가 중간에 스파클링을 마시지 않는다며,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달라는 손님의 돌발 요청에 따라, 해당 손님 2명에게는 화이트 와인을 서비스해야 하는 미션으로 침착하고 노련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정답은 이미 진행중이던 스파클링 서비스를 계속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요청한 손님에게는 “지금 하고 있는 서비스를 모두 마친 뒤 곧바로 화이트 와인을 서비스해드리겠다”고 응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 바뀐 서비스 순서에 따라 서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3위 김혜미 소믈리에(살롱뒤부케). 최현태 기자

네 번째 관문의 첫 문제는 치즈 블라인드 테이스팅. 총 5개의 치즈를 테이스팅 한 뒤 6분안에 치즈 이름, 원유 종류, 생산 지역, 치즈 타입을 답해야 합니다. 정답은 똠 뒤 쥐라(Tomme du Jura), 에푸아스(Epoisses), 랑그흐(Langres), 슈흐스(Chaource), 쎙 넥테흐(St.Nectaire)로 평소 많은 치즈를 접한 소믈리에만 정답을 맞출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관문 두 번째 문제는 치즈 매칭으로 2분안에 3번 치즈인 랑그흐(Langres)와 어울리는 음료를 추천해야 합니다. 와인은 제외했습니다. 랑그흐 치즈는 와인을 만든 뒤 남은 포도 껍질 등 잔여물로 만든 증류주 마르 드 부르고뉴(Marc de Bourgogne)로 세척·숙성한 치즈입니다. 따라서 마르 드 부르고뉴가 좋은 매칭이 될 수 있고, 치즈와 동일한 지역에서 나온 음료, 또는 훈연한 차 등도 좋은 페어링입니다. 역시 치즈의 특징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대답을 할 수 있는 난도 높은 문제입니다.

 

4위 배성민 소믈리에(알라프리마). 최현태 기자

다섯 번째 문제는 레드 와인 디캔팅 및 서비스. 6인 테이블 서브를 5분에 마쳐야 합니다. 와인은 보르도 오메독 2013년 빈티지 와인으로 10년이 넘게 숙성된 와인이라 침전물을 가라 앉히는 디캔팅이 필요합니다. 다만 여러개 디캔터 중에 좁은 디캔터를 이용하고 여러 개의 와인잔 중에 작은 와인잔에 서비스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마지막 문제가 사실 가장 어려웠습니다. 1분안에 답해야 합니다. 문제는 프로방스 와인산지 꼬또 바루아(Coteaux Varois)에서 화이트 및 로제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브리뇰(Brignoles)에 위치한 도멘 뒤 까나델(Domaine du Canadel)을 소유한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은 누구인가입니다. 질문은 영어나 불어를 사용합니다. 외국어 능력과 와인 상식을 테스트하는 단계로 정답은 조지 클루니입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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