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 음악가’로 불리는 작곡가 정재일(사진)의 신곡 ‘인페르노(Inferno·지옥)’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선보인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담당하며 이름을 세계에 알린 정재일은 장르를 가로지르는 자유로움과 철저한 탐구심, 그리고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예술적 통찰력이 탁월한 음악가다. 어린 나이에 재즈 베이시스트로 출발해서 클래식, 국악, 영화 음악, 대중가요 등 음악 전 영역을 아우르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업해 전통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었고, 발레·연극·뮤지컬 음악을 통해 무대 예술과 긴밀히 호흡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향 야프 판즈베던 음악감독이 취임 전부터 정재일에게 작품을 부탁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정재일이 ‘서울시향과 작업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 결과로 나온 신작 ‘인페르노’가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세계 초연된다. 정재일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이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이 곡은 ‘지옥’이라는 주제를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강력한 화음으로 거대한 지옥의 문이 열린다. 소용돌이와 함께 혼돈으로 가득한 지옥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잠시 평온이 흐른 뒤 불협화음이 얽히며 비극적 절정에 도달한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음형이 잔잔한 물결처럼 펼쳐지며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음색의 밀도가 극적 서사를 구현하며, 칼비노의 마지막 문장들이 음악과 결속되면서 ‘지옥 한가운데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 지속시키라’는 해답에 이르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정재일)
이번 무대에선 부소니 콩쿠르 우승 이후 라흐마니노프 작품으로 협연을 이어온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펼친다. 피날레는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9월 25,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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