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0.2%보다 182.5배 높은 수치
“법 취지 위배되는 내부지침…
명백한 사유 없어도 거부” 비판
윤석열정부 기간 통일부의 대북 접촉신고 수리 거부율이 직전 정부의 180배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교류·협력을 촉진하는 법 취지에 어긋나는 정부 내부지침을 만들어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을 차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21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기간 통일부의 북한 주민 접촉신고 수리 거부율은 36.5%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정부 거부율(0.2%)보다 182.5배 높은 수치다. 박근혜정부(4.4%)와 비교해도 8.3배 높다.

윤석열정부 들어 대북 접촉을 하겠다는 신고 건수가 이전 정부보다 현저히 줄었지만, 거부 건수는 더 많았다. 북한 주민 접촉신고는 각각 △박근혜정부 1113건 △문재인정부 1946건 △윤석열정부 241건 접수됐지만, 통일부가 수리를 거부한 건수는 △박근혜정부 49건 △문재인정부 4건 △윤석열정부 88건이었다.
윤석열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내부지침을 만들어 북한 주민 접촉 관련 사무를 처리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2023년 6월 만든 ‘북한 주민 접촉신고 처리 지침’에서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를 네 가지로 구체화했다. △신청인이 이적단체 또는 반국가단체 구성원인 경우 △국가보안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사법절차 진행 중인 자 △북측 접촉대상자가 대남공작기관 소속원이거나 대남공작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남북교류협력질서나 국가안전보장을 저해할 우려가 현저한 자 등이다.
윤석열정부는 이 중 ‘남북교류협력질서나 국가안전보장을 저해할 우려가 현저한 자’를 주된 근거로 삼아 신고 수리를 거부했다. 통일부가 지침을 마련한 뒤 거부한 72건의 북한 주민 접촉신고 가운데 행정적 사유로 인한 1건을 제외한 71건 모두 이 조항이 적용됐다.
문제는 해당 내용이 법 취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 접촉 절차 등을 규정하는 남북교류협력법은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류협력과 국가안전보장 등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통일부는 이를 ‘우려가 현저하면’으로 대체했다. 정부가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 범위를 내부지침을 통해 넓힌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명백한 사유가 없어도 수리를 거부할 수 있게 한 ‘만능 규정’”이라며 “윤석열정부는 민간의 대북 접촉신고제를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영해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지침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지시로 지난 7월 폐기됐다. 정 장관은 당시 “정부가 접촉신고 수리 거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침”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교류·협력 촉진’의 법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지침) 적용을 중단하게 된 것”이라며 “폐지 이후 남북교류협력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 명문 규정에 근거하여 관련 사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민간교류를 통한 남북 간 상호 이해 증진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필수적”이라며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대북 접촉에 있어) 요건을 갖추면 신고만으로도 효력이 발생하는 ‘자기완결적 신고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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