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지 확고하지만… 이스라엘, 고립 심화 ‘당혹’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 개막을 앞두고 포르투갈이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포르투갈 외교부는 오는 23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가 시작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이 발표했다. 앞서 지난여름부터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주요국들이 잇따라 팔레스타인의 주권국 승인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포르투갈도 외교 정책의 방향 전환을 결단한 것이다.
포르투갈 외교부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23년 10월7일 가자 지구에 근거지를 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민간인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 이상을 인질로 붙잡아 가자 지구로 끌고 갔다.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하마스의 테러를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은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2년 가까이 지속 중인 전쟁의 결과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주민 6만5000명 이상이 무고한 희생을 당했다.
그간 유엔 등 국제기구와 서방 국가들은 줄기차게 휴전을 종용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탱크를 앞세운 지상군을 가자 지구의 중심 도시인 가자 시티에 진입시키고 있다. 겁에 질린 주민 수천명이 황급히 피난길에 오르면서 가자 지구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다.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 등을 비롯해 4분의 3가량 된다. 이번 유엔 총회를 계기로 포르투갈 등이 독립국 승인 방침을 밝히고 팔레스타인과 수교하면 그 비율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포르투갈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마스의 반인도적 테러를 정당화하고 그들에게 징벌 대신 보상을 안기는 그릇된 신호에 불과할 뿐이란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지 입장이 확고하다. 최근 영국을 국빈으로 방문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이 문제(팔레스타인의 주권국 승인)에 관해선 미·영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서방 주요국들의 잇단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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