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드럭스토어 중심지 위상 흔들…새로운 실험실로 부상
매출 144% 성장…합리적 소비 지향하는 MZ세대 사로잡았다
한때 K-뷰티 소비의 중심지는 백화점과 드럭스토어였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을 앞세운 채널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최근 몇 년 새 그 균형추가 흔들리고 있다. 생활밀착형 유통 채널인 ‘다이소’가 새로운 뷰티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가 이미지’로 대표되던 다이소가 이제는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선택지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자리 잡고 있다.
◆‘저가’에서 ‘경험의 장’으로…유통의 지형이 바뀐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다이소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 수는 약 100개에 달한다. 작년 말(60개)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제품 수도 500여 종에서 800여 종으로 60% 이상 늘었다. 카테고리 매출은 2023년 85%, 2024년 144%, 2025년(1~6월 기준) 110%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다이소 뷰티의 성공을 전략적 진화의 결과로 분석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옮겨가면서 소용량·저가격의 화장품은 부담 없는 ‘체험형 소비’ 수단이 됐다. 다이소는 이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소 매대는 신제품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작은 실험실’”이라며 “신생 브랜드에는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 창구, 대기업에는 젊은 세대와 만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싼 게 비지떡?”…‘소형·저가’, MZ세대에 통했다
과거 다이소 화장품은 ‘싸지만 품질이 걱정된다’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품질이 입증된 브랜드와 협업을 강화하며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는 더 이상 ‘싼 게 비지떡’의 공간이 아니다”라며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와의 협업은 소비자에게 ‘저렴함’이 아닌 ‘합리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이소의 부상을 소비 가치관의 변화로 해석한다.
프리미엄 중심의 소비가 합리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다이소는 ‘일상 속 뷰티’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다이소는 일상생활 속 자투리 시간에 방문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채널이라는 점에서, 기존 유통망과는 전혀 다른 ‘즉시 소비·즉시 피드백’의 구조를 가능케 했다.
◆이제 다음 스텝은 ‘브랜드 런칭 플랫폼’?
다이소가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브랜드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업계는 이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다이소를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며, 빠르게 소비자 반응을 수집하고 있다. 일종의 ‘리얼 피드백 실험장’으로 다이소를 활용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이소는 브랜드 런칭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구조가 정착되면 유통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이소의 성장은 단순히 ‘가격 경쟁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유통은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닌, 소비자와 브랜드가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경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흐름은 더 이상 기존 백화점이나 온라인몰에서만 찾을 수 없다. 진짜 변화는 당신 집 근처 다이소 매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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