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핵심은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의 성능이 한층 강화된다.
방위사업청은 19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M-SAM 블록(Block)Ⅲ 체계개발사업 착수회의를 열었다.

M-SAM 블록Ⅲ는 블록Ⅱ(요격고도 15∼20㎞)보다 2배 높은 고도에서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요격한다. 탐지거리나 동시 교전 능력 등도 기존보다 대폭 향상됐다.
2030년까지 8688억원을 투자해 체계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M-SAM 블록Ⅲ가 전력화되면 대기권 내 다층방어망을 완성, 북한 미사일 요격능력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KAMD의 ‘허리’ 역할 맡을 전망
다층 방공망인 KAMD는 M-SAM 블록Ⅱ와 패트리엇(PAC-3)이 중고도(12∼40㎞) 방어를 맡고,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가 고고도(40∼80㎞)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고도 80㎞ 이상의 초고고도는 L-SAMⅡ가 저지한다.
스커드를 비롯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현재의 KAMD로도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2021년부터 극초음속미사일을 선보이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북한은 지난해 1월 탄두 부분이 원뿔처럼 생긴 기동식 재진입체(MARV)를 장착한 신형 고체연료 추진 방식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쐈다. 같은해 4월엔 날개가 달린 비행체 형태의 글라이더(활공체·HGV) 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고도 30∼40㎞에서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활공 비행하면서 수직·수평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종말 단계에선 속도를 줄이고 기동력을 높인다. 이를 통해 지상 요격시도를 회피할 수 있다.
극초음속미사일 활공 비행은 KAMD의 ‘틈’을 파고든다. M-SAM 블록Ⅱ의 최대 요격고도는 20㎞ 안팎으로 알려졌다. L-SAM은 고도 40∼60㎞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고도 30∼40㎞ 구간은 패트리엇 개량형인 PAC-3 MSE가 담당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증가로 한국군이 제때 충분히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패트리엇이 PAC-3에서 PAC-3 MSE로 개량되면서 요격 성능을 높인 것처럼 M-SAM도 극초음속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2034년까지 2조8015억원을 투입, M-SAM 블록Ⅲ를 만드는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지난해 4월 의결했다. 지난 1월부터 체계개발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 등으로 다소 지연됐다.

개발을 맡을 ADD는 지난달 체계개발 시제 제작 업체를 선정했다.
M-SAM 블록Ⅱ에서처럼 LIG넥스원이 체계종합과 교전통제체계, 미사일 등을 담당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와 신관 등을 맡고, 한화시스템은 다기능레이더를 맡았다. 개발 리스크 최소화를 추구한 결과로 해석된다.
M-SAM 블록Ⅲ는 수직·수평 방향으로 활공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먼 거리에서 정확히 포착할 수 있도록 지상의 다기능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의 탐색기 성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기능레이더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M-SAM 레이더에 적용된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UAE 수출용 레이더는 사막에서도 24시간/7일 가동이 가능하며, 탐지거리는 300㎞ 이상, 탐지고도는 30㎞가 넘는다. 수냉식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다.

요격미사일 탐색기도 기존 블록Ⅱ보다 정확도가 더욱 높아진다.
기동력와 추력도 강화된다. 일반 탄도·순항미사일보다 훨씬 높은 기동력을 지닌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하려면, 기존보다 더 우수한 기동성과 추력이 필요하다.
요격탄의 추진제 성능을 높여 추력을 강화하고, 추력을 내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고압을 견딜 연소관을 만들기 위해 고강도 탄소섬유도 활용할 전망이다.
교전통제시스템도 개량될 가능성이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활공비행하며 방공망을 회피한다. 요격 기회가 1회 정도에 불과하다.
비행 양상 등을 감안해서 요격미사일이 명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신속·정확하게 포착하고 요격탄을 한층 더 정밀하게 유도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욱 우수한 교전통제체계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대목이다.

◆통합방공망 구축 필요
M-SAM 블록Ⅲ 개발이 본격화됐지만, KAMD가 북한 미사일 위협을 효율적으로 저지하려면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군의 미사일방어는 KAMD 작전센터가 주도한다. 2014년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로 임무를 시작해 2023년 성능개량작업과 함께 KAMD 작전센터로 개편됐다.
공군 미사일감시대, 해군 이지스함 등의 탐지체계에서 탄도미사일을 포착하는 즉시 KAMD 작전센터에서 정보가 종합된다. 이를 기반으로 예상낙하지점을 확인해 경보를 전파한다.
전술데이터링크를 통해 미사일 방어포대에 정보가 전달되면, 예상 낙하지점에 있는 포대가 요격작전에 나선다.
군 당국은 탐지된 북한 미사일의 종류와 제원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신속하게 식별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초소형위성체계 등을 통해 북한 미사일 탐지 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군은 북한 미사일을 방어해야 할 지역은 많지만, 요격 자산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전 지역에 KAMD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다층 방어를 적용할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경보·대피에 초점을 맞출 지역을 선정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층 방어체계 구축에 대한 종합적 계획이 필요하다. 계획이 있어야 전시에 쓰일 요격탄 소요를 정할 수 있고, 교전규칙도 설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KAMD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육군 방공체계 등과의 연계성 강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발사 전 준비단계를 거쳐 지상 표적에 낙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탐지자산에 일정 시간 포착된다.
이 과정에서 조기경보위성과 지상 레이더, 해군 이지스함,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육군 저고도 방공체계 등은 각각의 순간에 미사일을 부분적으로 포착한다.
이들 탐지자산이 개별적으로 포착한 표적 정보들을 융합해 KAMD 작전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이 운용하는 방공체계를 모두 포함하는 통합방공 교전통제체계가 필요한 셈이다.

해외에선 서로 다른 방공자산을 단일 교전통제 네트워크로 묶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가 개발한 포티온 지대공 미사일 작전센터(SAMOC)는 다양한 무기 체계와 센서를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결합한다. 독일과 헝가리가 운용중이다.
포티온 SAMOC는 자산 활용을 최적화하고 교전 시간을 단축하며, 모든 지대공미사일 부대의 원활한 상호운용성을 지원한다. 드론 위협 등에 맞서는 초단거리 방공망부터 탄도미사일 방어에 이르는 모든 방공 단계를 위해 최적화된 화력 분배를 제공한다.
M-SAM 블록Ⅲ 개발은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KAMD를 더욱 단단하게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KAMD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고, 첨단 기술과 교리를 통해 효율적인 교전 원칙을 세우지 않는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인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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