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간식 ‘밈’ 소비로 탈바꿈시키다
국민 과자 ‘칸쵸’가 출시 40년 만에 뜻밖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진행된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가 SNS에서 챌린지처럼 확산되면서 편의점 매출은 전월·전년 대비 최대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추억의 간식이 Z세대의 놀이문화와 결합하며 ‘밈(meme) 소비’로 진화한 사례다.
◆편의점 매출 2~3배 폭등…Z세대 놀이 문화로 확산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의 칸쵸 일평균 판매량은 직전 달 같은 기간보다 289.6% 늘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50%, 이마트24는 전월 대비 102% 증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나 시즌 한정판이 아닌 단순 이벤트 효과로 이 정도 매출이 오른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기는 롯데웰푸드가 이달 초 시작한 이벤트에서 비롯됐다.
지난 6일부터 판매된 칸쵸에는 최근 국내에서 많이 등록된 신생아 이름 500개와 공식 캐릭터 이름 4개(카니·쵸니·쵸비·러비)가 무작위로 새겨졌다.
각 이름 옆에는 캐릭터 얼굴과 표정이 함께 그려져 재미를 더했다. 소비자들은 본인이나 가족, 연인의 이름이 찍힌 과자를 찾아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다.
SNS 반응은 폭발적이다. 인스타그램, 틱톡, X(옛 트위터) 등에는 가족이나 연인끼리 서로의 이름을 찾아 인증하는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특히 10대와 20대 초반을 중심으로는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을 찾는 놀이 문화가 형성됐다.
일부 팬들은 칸쵸 글자를 잘라 붙여 직접 이름을 만들거나, 포토카드와 함께 찍어 올리는 등 ‘팬덤형 놀이’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 “참여형 콘텐츠 마케팅 교과서적 성공 사례”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순한 ‘추억 소환’이 아닌 참여형 콘텐츠 마케팅의 교과서적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
우선 개인화된 경험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정서적 몰입이 극대화됐다.
놀이 요소 결합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 소비가 아닌 놀이·인증샷·경품으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일어났다.
Z세대 공략도 성공했단 평가다. Z세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SNS에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이름 찾기’는 이 세대의 소통 방식을 자극한 장치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칸쵸는 제품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콘텐츠를 생산·확산하는 과정까지 설계했다”며 “이처럼 소비자 감성과 놀이 문화를 연결할 때 실제 매출이 2~3배 오르는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칸쵸의 사례는 콘텐츠 중심의 고객 참여형 마케팅이 어떻게 오래된 브랜드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반짝 인기를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칸쵸의 이번 성공은 SNS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실험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도 “이후 소비자 관심을 어떻게 유지하고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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