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심야 코미디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가 생방송 도중 나온 찰리 커크 암살 관련 발언 영향으로 제작이 전격 중단된 이후 거대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일방송사인 ABC에 프로그램 폐지 압력을 가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사회계와 연예계 인사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유튜브 등 인터넷 공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과 키멜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시시각각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코미디언 겸 배우 완다 사이크스는 1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꼬집으면서 “그는 취임 첫 주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거나 가자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취임 첫해에 언론의 자유를 끝장냈다”고 비판했다. 최근 에미상 시상식에서 통산 7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은 명배우 진 스마트도 SNS에 “나는 지미 키멜 라이브 중단 소식에 소름 끼친다”며 “지미의 발언은 혐오 발언이 아닌 자유로운 발언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젠다에 맞을 때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것 같다”고 썼다. MSNBC 방송의 정치평론가 크리스 헤이스는 엑스(X)에 키멜의 쇼 중단 소식을 공유하면서 “내 생애 이제까지 본 적 없는 국가 기관의 가장 노골적인 표현 자유 공격”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키멜과 심야 코미디 토크쇼 분야에서 경쟁하던 동료 코미디언도 일제히 비판 대열에 참여했다. 스티븐 콜베어는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의 18일자 방송 오프닝 멘트에서 “오늘밤은 우리 모두가 지미 키멜”이라면서 ABC방송의 방송중단 결정에 대해 “노골적인 검열”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서는 “독재자에게는 1인치만 내어줄 수가 없다. ABC방송이 이번 일로 정권을 만족시켰을 거라 생각한다면 비참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다. 분명히 ‘꼬마 생쥐에게 과자를 주지 마세요’ 동화책을 읽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동화는 꼬마 생쥐의 요구에 쿠키 하나를 꺼내준 한 아이가 결국 생쥐의 선 넘는 요구까지 모조리 들어주게 된다는 내용이다.
NBC방송 토크쇼 ‘투나잇 쇼’의 진행자 지미 팰런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면서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지미 키멜이 훌륭하고 유머러스하고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가 돌아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심야 토크쇼의 전설로 불리다 은퇴한 데이비드 레터맨도 가세해 ABC방송과 트럼프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레터맨은 언론사 애틀랜틱이 주최한 행사에서 “백악관 집무실의 범죄자 정부에 아부하고 싶다고, 혹은 그 정부가 무섭다고 해서 누구를 해고하고 다닐 수는 없다”고 일침을 놨다.
키멜은 극우 청년활동가 찰리 커크 살해 용의자와 관련해 지난 15일 생방송에서 “마가(MAGA) 패거리들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녀석이 자기들 중 하나는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 풍자의 일환으로 관객의 폭소와 함께 나온 발언이지만 보수 진영은 곧바로 반발했고, 급기야 브랜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17일 보수 성향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ABC 방송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ABC의 충격적 결정이 나왔다.
이번 사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반발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그동안 방송 등에서 키멜이 해온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더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시민사회도 반발했다. 표현의 자유 옹호 단체인 ‘개인의 권리와 표현을 위한 재단’은 성명을 통해 ABC의 방송 중단 결정이 카 FCC 위원장의 관련 발언 직후 나온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하나의 미디어가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우리는 심야 토크쇼 진행자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나라가 될 수 없지만, 기관들이 정부의 압력에 저항하는 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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