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약취·유인 사건이 최근 4년 새 1.6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범죄 절반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아이들을 유괴하려 한 남성들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 이후 관악구, 경기 광명 등에서 미성년자 약취 사건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진종오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약취·유인사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생인 7~12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약취·유인 수는 2020년 78건에서 2021년 92건, 2022년 122건, 2023년 141건, 2024년 130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5년(2020~2024년)간 발생한 초등학생 약취·유인 사건의 2건 중 1건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경기남부에서 발생한 약취·유인 사건이 전체의 2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서울 17.8%, 경기북부 7.3%, 인천 7.1%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비중이 전체의 56.7%에 달했다. 지역은 부산(6.7%), 충북(5.0%), 경북(4.6%), 전남(3.7%) 순이었다.
올해도 수도권 지역의 약취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지난달 초등학생에게 차량으로 접근해 유인을 시도한 20대 남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 중 2명에 유괴 미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등 추가 조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 8일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를 따라가 엘리베이터 같은 층에서 내린 뒤 목을 조르며 끌고 가려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관악구에서도 지난 9일 학원을 가던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손을 낚아챈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진 의원은 “미성년자를 노린 약취·유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미성년자 약취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초등학교 주변에 경찰력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경찰은 다음달 2일까지 전국 6183개 초등학교 인근에 등·하교 시간에 맞춰 지역경찰, 기동순찰대 등 5만5186명을 배치하고 예방순찰 활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장시간 정차하는 차량이나 어린이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사람 등을 적극적으로 검문할 방침이다. 미성년자 범죄 관련 112신고는 코드1(긴급신고) 이상으로 지정해 인근 경찰이 신속히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5일 정례 간담회에서 “미성년자 약취·유인이 최근 많이 생겨서 국민들께서 불안해하시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며 “범죄 추가 발생을 방지하고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경찰이 국민 곁에서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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