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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륜 교수 수필집 ‘그리움은 바람의 성질을 갖고 있다’ 출간

입력 : 2025-09-20 06:26:13 수정 : 2025-09-20 06:26:12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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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바람의 성질을 갖고 있다/오석륜/푸른길/1만6000원

 

대학교수이자 중견 시인, 번역가로 인문학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쳐온 오석륜이 가슴 뭉클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 수필집 ‘그리움은 바람의 성질을 갖고 있다’를 펴냈다. 

 

저자는 ‘그리움’을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장자리·변두리에 있는 존재들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문장 곳곳에는 따뜻함이 배어 있을 뿐 아니라, 시인다운 섬세함과 발상, 그리고 번역가다운 정밀함이 공존한다.

오석륜/푸른길/1만6000원

무엇보다, 아등바등 살아온 자신의 얘기에 지금까지 맺어온 아름다운 인연들을 불러내는 글들이 인상적이다. 책은 그리움을 품고 살아야만 하는 우리에게 건강한 추억과 시간 여행을 선물하고 있다. 더불어 여기저기 많은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에 불어넣은 따스한 입김과 인문학적 지식은 뜻밖의 즐거움으로 작용한다.

 

교수와 학생의 공간인 강의실에서 포착한 유머 넘치는 장면과 꼭 알아야 할 세상 밖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사계절과 자연의 법칙을 우리의 삶에 결부시켜 써 내려 간 글에서는 왜, 우리는 단순한 자연현상에 깊고 맑은 눈길을 주지 않았을까에 대한 반성의 날개가 펼쳐진다.

 

‘그리움’이란 단어를 곱씹으면,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을 지탱하는 정서적 뿌리다. 저자는 이 그리움의 본질을,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며드는 감정”으로 정의한다.

 

수필집은 70편의 글로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잊히지 않는 사람들과 그리운 공간·시간이 펼쳐진다. 저자가 태어난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의 옛 정취, 그리고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니며 살았던 원대동, 내당동, 대명동, 침산동, 노원동, 평리동 등을 돌아보고, 어린 시절 만났던 추억과 사람들을 불러내고 있다. 오래전 세상을 뜬 아버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친한 벗들에게 띄우는 편지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할머니 등이 작가 특유의 문장을 통해 우리의 가슴으로 흘러들어온다. 

 

2부는 여행의 기록이다. 강화·단양·안동·영주·횡성·철원·원주·정선·서천·강릉·속리산 법주사·목포·보령·서산·양평 두물머리·제주·홋카이도 등에서 작가는 풍경 속에 깃들어 있는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올려 색다른 기행으로 이끌게 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을 품어 더 큰 힘을 얻는 일”이라는 구절은 인생과 인간관계에 빗댄 웅숭깊은 은유다.

 

3부에서는 교수로서의 현장 경험이 인상 깊다. ‘강의실에 흐르는 강’에서 ‘슬기’라는 이름의 학생들을 엮어 ‘다슬기’라는 유머를 만든 장면은 학문과 인간관계가 웃음 속에서 더 깊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글씨와 필사’의 가치를 역설하는 글에서는 “손은 제2의 뇌다”라는 단언이 오래 남았다.

 

4부에서는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수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겨울 강과 가장자리’에서 ‘가장 먼저 얼고, 가장 먼저 녹이는 강가의 얼음’을 세상의 ‘중심이 아닌 곳에서 지탱하는 존재’에 비유한 장면은 울림이 크다. 이는 화려함보다 묵묵한 헌신의 가치를 일깨운다.


저자는 ‘그리움은 바람의 성질을 갖고 있다’고 명료하고 단정적인 명제를 던지며,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도 중심보다 가장자리에서 세상을 떠받치는 바람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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