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텔 지분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고 데이터센터 및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에 대중 첨단 칩 수출 허가를 요청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회생 작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AI 대표주자와 밀려난 칩 제조업체의 연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이번 파트너십이 “역사적”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황 CEO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인텔 서버 CPU(중앙처리장치)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인텔은 데이터센터와 컴퓨터 모두에서 엔비디아 칩과 장비가 쉽게 결합될 수 있는 맞춤형 CPU를 설계한다. 협약의 핵심은 인텔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 즉 X86 기반 CPU다. 인텔과 AMD는 X86 프로세서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이는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PC에 널리 쓰인다.
WSJ는 이번 계약은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이자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GPU(그래픽처리장치)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합의는 인텔의 최대 과제인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경쟁력 강화에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만 TSMC가 맞춤형 CPU, 즉 웨이퍼(칩 제조를 위한 실리콘 원판)를 생산하고, 이후 인텔 파운드리에서 핵심 패키징 공정을 담당할 예정이다. WSJ는 “인공지능(AI) 열풍의 대표주자인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과 AI 대화에서 거의 밀려난 칩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결정”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환심사려 인텔 지원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인텔을 지원하는 것이다. 당시 미 정부는 약 90억달러(약 12조 5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했으며, 이에 따라 미 상무부가 현재 인텔의 최대 주주다. 이날 엔비디아의 발표로 인텔 주가가 약 24% 급등했으며, 정부의 투자 가치는 약 50% 상승했다. 인텔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도 20억 달러(약 2조 8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황 CEO는 이번 협약에 행정부 개입은 없었다면서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그가 크게 반겼다고 전했다.
이번 엔비디아의 인텔 지원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강화 수단으로 활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막역한 것으로 알려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인텔에 투자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히 황 CEO로서는 정부로부터 중국 수출용 첨단 칩 판매를 허가받아야 한다. 엔비디아가 중국 판매용 H20 칩 매출의 15%를 정부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받았지만 중국 정부는 해당 칩 사용을 자국 기업들에 금지했다. WSJ는 황 CEO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감산형 GPU(원래 제품보다 성능을 낮춘 모델)인 블랙웰 B30에 대한 대중 수출 허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라이언 페다시우크는 WSJ에 “정부와 수익 공유 계약을 맺은 기업이 정부가 지분을 가진 기업에 대규모 투자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중 칩 수출 허가에 매출 공유, 정부 투자 조건이 결합되면 한국 등 외국 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최근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제도를 폐지해 삼성, SK 등 일부 한국 기업의 중국 법인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때 종전의 포괄 허가 대신 건별 허가를 받도록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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