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경계에서 새벽처럼 빛나는 희망을 찾아 나선 한 의사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만난다.
의사 진성림의 신작 장편소설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가 출간됐다. 제목 속 ‘새벽’은 단순한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게 하는 희망과 사랑의 은유로 자리한다.
소설의 주인공 성림은 어린 시절 친구 유미와의 풋풋한 첫사랑을 경험한다. 하지만 학창 시절 갑작스러운 천식 발작으로 유미를 눈앞에서 잃으며 깊은 죄책감과 상실에 빠진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만큼 절망하지만, 결국 이 비극은 그를 의사의 길로 이끈다. 호흡기 질환을 정복해 더 이상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새벽의 빛이 된다.
작품은 이후 의사로 성장한 성림이 마주한 다양한 현장을 그린다. 응급실에서의 긴박한 순간, 싱가포르행 비행기 안에서의 구조, 의료 대란의 혼란 속에서도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라는 본질을 잊지 않는다. 누군가의 생을 지켜내는 일이 기술이 아닌 ‘윤리와 책임의 선택’임을 소설은 강하게 전한다.
특히 작품의 절정인 비행기 추락 사고 장면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한정된 치료제를 두고 펼쳐지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성림은 스스로의 운명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하는 이를 살린다. 그 순간 그는 “너는 나의 하루를 밝히는 나의 새벽이었어”라는 고백을 남기며 삶의 끝에서조차 사랑을 지켜낸다. 이 장면은 소설 전체의 주제를 집약하며, ‘새벽’이란 단어에 담긴 희망과 헌신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성림은 결국 세상을 떠나지만, 그가 개발한 새로운 치료법은 수많은 환자를 살리며 의학사에 남는다. 남겨진 진주는 그의 추모식에서 “그는 여전히 나의 새벽이었다”는 고백으로 영원한 사랑을 증언한다. 진성림 작가는 작품의 말미에서 “삶은 짧고, 숨결은 찰나이나, 사랑은 영원하다”라는 문장으로 책을 맺는다. 이는 의사로서의 체험과 개인적 상실을 넘어,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인간적 메시지로 확장된다.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는 단순한 의학소설이 아니다. 어둠을 지나 마침내 도달하는 새벽처럼,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이 인간을 다시 살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당신의 새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시 하루를 살아낼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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