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진한 대접에 나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불법 이민 대응에 군을 투입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공식 별장인 체커스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소형 보트로 영국에 들어오는 이주민 문제에 대해 “나라면 그걸 멈출 것이라고 총리에게 말했다”면서 “군을 불러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수단을 쓰든 상관없지만 (내버려두면) 내부로부터 나라를 파괴할 것”이라며 “우리는 실제로 우리나라로 들어온 많은 사람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보트로 영국해협을 건너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 문제는 영국정부가 직면한 난제로 올해 들어서만 숫자가 3만1000여 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38%나 늘어난 숫자다. 이에 스타머 정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불법 이주민을 영국이 프랑스로 송환하고 같은 수의 이주민에게 영국 망명을 허용하는 ‘원 인, 원 아웃’(One in, one out) 협정을 체결했지만 밀려오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스타머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과정에서 좀 더 강경책을 쓰라는 조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이후 불법 이민 단속을 대폭 강화해 왔으며 남쪽 국경 보안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력까지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타국의 민감한 내정 문제에 강경책을 조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영국 언론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민 문제에 군을 동원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이 이번 공동기자회견에서 가장 ‘어색한 순간’이었다고 꼽기도 했다.
다만, 이번 발언 외에는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언행이 거의 나오지 않아 영국 매체들은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계획을 놓고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간단하게 말했을 뿐 거친 비판을 쏟아놓지 않았다.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으로 해임된 피터 맨덜슨 주미 영국 대사해임 문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를 모른다”며 피해 갔고, 스타머 총리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가볍게 넘겼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가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귀국길에 올랐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