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업가 기획… 트럼프 아들도 투자
육상 100m 등 세계新 경신 땐 14억 상금
육상 컬리·수영 프라우드 등 참가키로
세계 체육계 “선수 건강 등한시” 비난
스포츠의 공정성은 약물의 힘이나 기술적 도움 없이 인간의 신체 능력만으로 경쟁을 펼치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입장도 있다. 스포츠에 과학과 의학의 진보를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약물과 기술의 규제에서 벗어나 오직 ‘기록 달성’을 추구하는 논란의 대회 인핸스드 게임즈(Enhanced Games)가 내년 5월21일부터 24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 세계적인 현역 선수들이 출전을 선언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핸스드 게임즈는 호주 사업가 에런 드수자가 기획한 대회로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 등이 이끄는 펀드가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회에서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금지하는 약물이나 경기력 향상물질(PED)의 복용, 각 종목 단체가 불허하는 최첨단 신발, 유니폼 착용을 모두 허용한다. 코카인이나 헤로인과 같은 불법 약물은 허용되지 않는다. 약물과 기술 도핑의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육상과 수영 단거리와 역도 종목이 열릴 예정이다.

주최 측이 내건 종목 1위 상금은 50만달러(약 6억9000만원)다. 또한 육상 100m와 수영 자유형 50m 세계기록을 넘어서면 100만달러(13억8000만원)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주최 측은 도핑 테스트 대신, 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하고 의학적 감독하에 경기를 진행하여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회 출전을 선언한 스타 선수로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50m 은메달리스트 벤 프라우드(영국)와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은메달, 파리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프레드 컬리(미국)가 있다. 주최 측은 “대회 출전을 문의하는 선수가 꽤 많다”고 밝혔다.
기존 스포츠 단체들의 반응은 차갑다. WADA는 “선수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사”라고 비판했다. 서배스천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도 “인핸스드 게임즈에 출전하는 선수에게는 장기간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인핸스드 게임즈 주최 측은 지난 8월 WADA, 세계육상연맹, 세계수영연맹을 상대로 최대 8억달러 규모의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컬리는 “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열 대회에 출전하게 돼 기쁘다”며 “세계기록 경신은 내 선수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내 한계를 뛰어넘고 역사상 가장 빠른 인간이 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을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프라우드는 “나는 아예 다른 종목 선수가 된 것이다. 인핸스드 게임즈와 올림픽 사이에 연결성은 없다. 당연히 인핸스드 게임즈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지도 않는다”며 “인핸스드 게임즈에서 우승하면 세계선수권에서 13회 우승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상금을 받는다. 명예보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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