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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원 그리고 인류의 삶…미래 불확실성 어떻게 대비하나

입력 : 2025-09-20 06:00:00 수정 : 2025-09-18 21:27:08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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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어려운 미래 두려워하면서도
어떤일 펼쳐질지 늘 엿보고 싶어해
단순 호기심 넘어 생존·성장에 필수
과거 농경시대엔 점술·주술로 예측
산업혁명 이후에는 데이터 등 이용
인류의 상상과 대비의 역사 역추적

빅 퓨처/ 데이비드 크리스천/ 김동규 옮김/ 북라이프/ 2만3000원

 

“지금부터 하는 말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2017년 첫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반짝이는 이마처럼 어떤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히 언젠가 일어날 일입니다. 모든 중공업과 오염 산업을 외계로 옮겨 우주에서 운영할 수 있습니다.”

138억년의 우주와 지구, 인간의 역사를 다룬 ‘빅 히스토리’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근미래부터 중간 미래, 50억년 뒤의 먼 미래까지 인간과 우주의 미래를 조망한 책을 펴냈다.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되는 우리 은하의 모습 북라이프 제공

베이조스의 예견처럼, 인류는 언제쯤 지구를 떠나 다른 위성이나 행성에도 산업 기지를 운영하게 될까. 마치 스페인의 후원을 받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부터 수년간 아메리카 대륙 항로를 개척하고, 바스쿠 다가마가 1498년 포르투갈 함선을 이끌고 인도항로를 개척한 것처럼. 인류는 과연 다른 위성이나 행성으로 이주를 하는 것일까.

 

전작 ‘빅 히스토리’에서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138억년의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장대하게 그려낸 ‘빅 히스토리의 창시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빅 히스토리의 시각을 연장해 미래를 조망한 책 ‘빅 퓨처’를 들고 돌아왔다.

 

인류는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어떤 일이 펼쳐질지 늘 엿보고 싶어 하는 존재였다. 미래를 바라보고 예측한다는 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인류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내일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에 관한 이야기, 상상을 끊임없이 만들어왔다.

세포들의 미래예측 메커니즘이 담긴 신경세포 모식도 북라이프 제공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535∼457년)는 세계를 끝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보고, 시간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며 흐르는 강물 같은 존재라고 규정했다. 반면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파르메니데스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변화란 환상에 불과한 것이고, 따라서 과거와 현재, 미래는 모두 거의 같으며, 시간이란 결국 지도처럼 펼쳐진 연속체라고.

 

크리스천은 이처럼 시간과 미래에 대해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기타’부터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와 신학자,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이 고심해낸 가설과 이론을 소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법, 이른바 ‘미래 사고(future thinking)’에 적용되는 근본 원리의 도출을 시도한다.

 

사실 미래를 조망하고 예측하는 것은 결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를 들면, 대장균은 유당이 부족해지면 유당 처리 효소를 생산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고, 육식 식물인 ‘파리지옥’은 단기기억을 통해 덫을 작동시킬지를 결정하며, 두해살이풀인 ‘애기장대’는 장기기억을 통해 기온의 변화 추세를 파악해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중국 은나라의 미래예측 행태를 엿볼 수 있는 갑골문 북라이프 제공

크리스천은 대장균을 비롯해 박테리아와 동식물 등 다른 생명체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기 위해 동원하는 생물학적 신경과학적 미래예측 메커니즘을 살펴본 뒤, 언어와 집단 학습이라는 두 요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구와 전략을 고안하고 발전시켜온 인류의 미래예측 메커니즘을 돌아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류가 1만년 전부터 18세기까지 이어진 농경시대에는 주로 점술과 주술, 신탁 등의 방법을 활용해 미래예측을 시도했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도박과 확률, 데이터 수집, 통계, 컴퓨터 등을 이용한 과학적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김동규 옮김/ 북라이프/ 2만3000원

그렇다면 인류와 지구는 100년 뒤 또는 수천년에서 수백만년의 미래에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 걸까. 아주 먼 수십억년 뒤, 우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는 ‘붕괴’와 ‘축소’, ‘지속가능’, ‘성장’이라는 네 가지 프레임(시나리오)을 통해 향후 100년 뒤부터 수백년 뒤의 ‘근미래’와, 1000년 뒤에서 수백만년 뒤의 ‘중간 미래’ 예측을 시도한다.

 

그리하여 인류는 중간 미래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기술 및 나노기술혁명을 이루고,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사이보그나 트랜스휴먼을 탄생시킬 것으로 관측한다. 아울러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이주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수억년에서 수십억년 뒤의 ‘먼 미래’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2억년 뒤 지구의 흩어진 대륙 조각들은 한데 모여 ‘초대륙’을 형성하고, 10억년 뒤에는 태양의 방출 열이 증가하면서 식물과 동물에 재앙이 찾아올 것이며, 50억년 뒤에는 태양이 서서히 죽게 될 것이고, 우리 은하를 비롯해 국부은하군의 모든 은하가 합쳐져 거대한 ‘초은하’를 형성한 뒤, 마침내 모든 것의 끝이….

 

우리 인간은 매일 일상에서 미래의 신비 또는 내일의 계획과 마주한다. 미래를 둘러싼 신비는 매혹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두렵기도 하다. 2000년 전 로마 공화정의 수호자였던 툴리우스 키케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질문을 남기지 않았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주로 자신 덕분에 그 자리에 올라 모든 것을 누리던 원로원의 손에 죽임을 당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신을 찾는 이조차 없을 정도로 비참한 처지에 놓이리라는 것을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는 도대체 얼마나 깊은 고통 속에서 일생을 보냈을 것인가!”

 

요컨대, 책은 탄생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또 대비해 왔는지를 추적한 미래에 관한 생각법의 역사이자, 근미래부터 중간 미래, 50억년 뒤의 먼 미래까지 예측한 일종의 미래지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의 공포와 AI의 가능성을 경험한 인류에게 닥칠 미래는, 과연 낙관적인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암울한 디스토피아일까.

 

“다 쓰러져 가는 흉가의 삐걱거리는 문을 열면,” 빅 히스토리적 시각으로 ‘빅 퓨처’를 펼쳐 보이는 크리스천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당신에게 물을지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무엇이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는 매 순간 미래를 향한 문을 연다. 그 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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