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예보에서나 볼 수 있는 ‘파스칼(Pa)’을 무선청소기 성능 단위로 쓴 기업들에게 한국소비자원이 흡입력 수치와 단위 표시의 개선을 권고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시중에서 판매 중인 무선청소기 10개 제품의 최대흡입력을 시험평가하고 제품별 표시·광고 내용의 조사·검증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1만8000~4만8000Pa 범위의 진공도 값을 흡입력 강도처럼 표시·광고한 기업은 아이닉·아이룸·샤오미·디베아·로보락·틴도우로 이들의 표기 강도를 국제표준에 따른 와트(W)로 변환하면 58~160W다.
‘만’단위의 표기로 흡입력이 강한 것처럼 소개해 소비자들이 더 성능이 좋은 것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는 게 소비자원의 지적이다.
제품 작동 중 내부의 기압 상태인 ‘진공도’를 나타내는 파스칼은 청소기에서 외부 공기를 흡입하는 성능과는 사실상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함께 조사 대상이 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제표준 흡입력 단위인 와트를, 다이슨은 미국재료시험협회 표준으로 통용하는 에어와트(AW)로 흡입력을 표시했다.
이렇다 보니 와트나 에어와트는 보통 ‘십’이나 ‘백’단위여서 파스칼과 비교하면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로보락 등 청소기를 언급한 글에는 ‘무려 1만7000파스칼에 달하는 강한 흡입력으로 남김없이 빨아들인다’ 등 글이 눈에 띈다.
최대흡입력을 280W와 280AW로 표기한 삼성전자 등 3개사의 제품의 실제 흡입력은 이보다 높아 표시 수치를 충족했다.
오히려 파스칼 단위를 쓴 기업의 청소기 성능이 이들 3개사의 5분의 1에서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가기술표준원은 무선청소기의 핵심 성능인 흡입력을 소비자가 통일된 단위(와트)로 확인·비교할 수 있게 내년 초까지 국제표준을 반영한 국가표준의 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국에너지공단에 무선 청소기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청소 성능 등 의무 표시 지정 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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