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돼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6 사태가 브라질에서 일어났다면 트럼프는 재판에 넘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브라질 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고수했다.
17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룰라는 이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미국과 브라질은 오랜 우방이고 트럼프가 취임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으나 두 정상은 아직까지 대면 정상회담은커녕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트럼프는 “룰라 대통령이 원하면 언제든 통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룰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와 대화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통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트럼프 탓으로 돌렸다.
사실 브라질·미국 관계 악화의 직접적 원인은 룰라의 전임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있다. 트럼프와 절친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룰라에게 졌다. 하지만 그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길 거부했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룰라 취임 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선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명이 대선에 불복하며 연방정부 및 의회 청사 난입을 시도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소요가 실패로 끝난 뒤 브라질 검찰은 이를 보우소나루에 의한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그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자 트럼프가 보우소나루 구명 운동에 나섰다. 브라질 정부 및 사법 당국에 관련 수사와 재판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사건을 심리하는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미 행정부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심지어 브라질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BBC 인터뷰에서 룰라는 트럼프를 겨냥해 “그가 미국 대통령일 수는 있어도 세계의 황제인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엄연한 독립국인 브라질의 사법 주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룰라는 최근 브라질 대법원 제1부가 대법관 4 대 1 의견으로 보우소나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7년 3개월의 중형을 선고한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와 그 공범들은 나라를 해치고 쿠데타를 획책했으며 나를 살해하려 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2021년 미국에서 1·6 사태가 일어났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2020년 대선 승리를 부정하는 이들이 트럼프 재집권을 노리고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이다. 룰라는 “만약 1·6 사태가 미국이 아닌 브라질에서 일어났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처럼) 재판을 받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는 유엔 개혁 필요성도 역설했다. 현재 유엔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는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안보리인데,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5대국이 거부권을 무기 삼아 안보리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룰라는 “브라질, 독일, 인도, 일본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거주하는 수십억의 인류가 안보리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그 결과 유엔은 국제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힘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엔이 지금보다 민주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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