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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조지아 사태와 국내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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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7 23:41:23 수정 : 2025-09-17 23: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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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의 대규모 구금 사태는, 구금되었던 316명의 한국인이 현지 날짜 기준 11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표면적으로는 비자 문제였다. 체포와 구금의 배경에는 ‘적합한’ 비자 소지 여부가 있었다.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취업(H-1B) 비자 또는 비농업 단기 근로자(H-2B) 비자가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단기 상용(B-1)이나 단기 관광(90일 이내) 비자인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구금 사태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단기 비자를 활용해 온 방식이 나름의 현실적인 선택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조지아주에서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와 노동자를 500명에서 1000명 규모로 즉각 채용하여 신속하게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미국에는 외국 기업이 숙련 노동자를 수백명씩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데려와 공장을 건설할 수 있게 설계된 비자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사태에서 불거진 단기 비자 활용 관행은 일정한 정도로는 제도적 제약과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인력난을 겪는 일부 소규모 사업장들은 고용허가제의 허용 기한이나 업종 범위를 벗어난 외국인 인력이라도 급한 대로 고용하여 인력난에 임시방편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중소기업이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제한적으로 외국인 인력을 고용한다. 정부는 매년 업종별로 고용 가능한 외국인 인력의 한도를 정하고, 사업장별 평가를 통해 높은 점수를 받은 사업장부터 인력을 우선 배정하는데, 대체로 내국인 고용이 많은 곳이 이 점수를 높게 받는 것이 현실이다. 동일 업종 내에서도 내국인 기피가 심한 세부 업종에서는 외국인 인력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이 해소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제도가 복잡한 현실을 항상 정확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주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현실이 더욱 복잡하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노동자 구금 사건도 이러한 복잡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한국 역시 노동시장의 현실을 섬세하게 점검하고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정부는 외국인 인력의 고용기간이 짧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외국인 인력의 체류기간 규제를 완화했다. 고용허가제가 생긴 지 20년 만의 일이다. 이주노동자 고용제도가 인구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현실을 섬세하게 반영하도록 앞으로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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