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병원이 전날 밤사이 이뤄진 추가 교섭에서 노조 측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 노조가 파업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강원대병원 노조는 조합원 1400명 중 300여명이 참여하는 경고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경고 파업은 노사 교섭 중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노조가 수 시간 동안 벌이는 단기간 쟁의행위다.

전날 병원 측은 근속 승진연수 조정, 통상임금 총인건비 제외 등 노조 측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 합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 측은 “노사 합의가 된 것은 아니나 노조에서 요구한 수준과 근접한 합의안을 제시해왔다”며 “추가 교섭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16일 오후 6시 노조는 강원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총파업 공동투쟁 승리를 위한 전야제를 열었다. 이날 전야제에서 이요한 분회장은 “파업할 결심, 투쟁할 결심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파업을 결정했다”며 “조합원을 믿고 끝까지 해보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격려사를 통해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경북대병원도 함께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일 서울에 가면 전국 국립대병원 동지들을 만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공동파업은 국립대병원이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각오와 이유로 투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서연 강원대병원 조합원은 “우리 임금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다. 25년을 일해도 기본급은 230만원을 겨우 넘는다”며 “1년에 9000원, 한 달로 나누면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호봉 인상분이 전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건물은 점점 늘어나는데 일할 사람은 줄어든다. 저임금 때문”이라며 “병원 노동자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재활의학과 물리치료실에서 일하는 이형진 조합원은 “임금 상승은커녕 직급 승진조차 기대할 수 없는 현실,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 절망감에 답답하다”며 “이제는 우리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노동 가치를 인정받고 우리 미래와 후배들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과에서 진료지원 간호사로 일하는 황득남 조합원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지난 3월부터 월평균 10개 이상 당직을 떠맡고 있다”고 인력부족 실태를 폭로했다. 이어 “전공의와 인턴이 복귀한 이후에도 그간 떠안았던 시술 등이 여전히 진료지원 간호사들에게 요구되고 있다”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정당한 처우, 명확한 역할체계를 요구한다. 이는 환자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에서 진료지원 간호사로 일하는 김해니 조합원은 “진료지원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인력, 불안정한 책임 사이에서 쉽게 지친다”며 “임신한 진료지원 간호사가 2~3개 수술방을 동시에 오가며 점심시간도 없이 버텨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중한 업무에 떠밀려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환경에서 온전히 환자와 산모, 아기를 책임지고 싶다. 이번 파업 투쟁으로 싸우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노조 파업과 관계없이 정상진료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우동 병원장은 “현재 외래, 응급실, 병동, 수술실 등은 기존과 다름없이 운영하고 있으며 환자불편이 최소화 되도록 병원에서는 내부 인력을 활용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환자 및 보호자 분들께 차질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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