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지역사회 술렁…“건장한 사내들과 미리 찾아와”
동탄 사업용지 변경 놓고 공공기여금 갈등…위압적 민원
“정 시장 정신적 충격, 타박상에 병원 입원”…경찰 조사
李 대통령도 성남시장 시절, 철거민들로부터 ‘집단폭행’
노무현·박근혜·송영길 등 정치인 ‘잔혹사’…대화 앞서야
인구 105만의 경기 화성시가 온종일 들썩였습니다.
세계 5대 브레이킹(Breaking·브레이크댄스) 대회인 ‘2025 배틀 오브 더 이어 월드파이널’이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면서 미디어데이 행사가 화성종합경기타운 체육관에서 16일 열렸습니다.
그런데 북적이던 행사장에 갑자기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정명근 화성시장에 대한 민원인의 폭행 사실이 전해지면서 행사장 밖에선 화제가 바뀌었습니다.
◆ 정명근 시장 전치 4주 폭행…“마음의 상처 깊어”
정 시장은 이날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70대 사업가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현직 정치인 시장에 대한 민원인의 노골적 폭행은 이례적인 일로, 지역사회는 물론 시청 공무원들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화성동탄경찰서는 폭행 혐의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1시40분쯤 화성시 정남면 보통리의 한 식당에서 지역 단체장들과 오찬 모임을 갖던 정 시장을 찾아가 밀치고 당기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시장의 방문 사실을 미리 알고 서너명의 건장한 남성들과 함께 식당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A씨는 식당 앞에서 소란을 피웠고, “(담당)공무원과 얘기하라”고 말한 정 시장의 양복 상의를 잡아챘다고 전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정 시장은 상의가 찢어진 채 바닥에 넘어졌습니다.
정 시장은 전치 4주의 타박상 등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입원했습니다. 시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일정들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몸을 다친 것보다 마음의 상처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 관계자는 “A씨가 갑자기 건장한 남성들과 나타나 정 시장을 잡아챘다”며 “(정 시장은) 정신적 충격이 큰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정 시장 수행원들이 112에 신고해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체포 과정에서도 출동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동탄신도시에서 활동하는 사업가라고 합니다. 지난 10여년간 시가 특별계획구역 내 인허가를 미루는 등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업무시설 용지를 주거용 오피스텔 용지로 바꾸고, 오피스텔 용지를 다시 아파트 용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화성시와 수백억원대 공공기여금 책정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 안팎에선 A씨가 민원 요구를 되풀이하면서 여러 공무원과 물리적 충돌을 반복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 ‘테러 잔혹사’…노무현 前 대통령 등에는 계란 투척
이번 폭행에 정치적 배경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사례가 떠오르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그만큼 정치인에 대한 폭행은 심각한 사안입니다.
단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부산 강서구를 방문했다가 생명을 위협받는 흉기 피습을 당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성남시장 시절인 2011년 11월에도 벼룩시장 행사에 참여했다가 판교 철거민 대책위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수행 비서가 코피를 흘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죠. 이후 성남시는 철거민 대책위 소속인 5명의 가해자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40대 남성의 커터칼에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지방선거 대승을 가져다줬습니다.
2022년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70대 유튜버에게 둔기로 피습당했습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송 전 대표를 한 남성이 검은색 비닐봉지에 싸인 망치 형태의 둔기로 4차례나 가격했죠.
지난해 한 중학생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피습하면서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돌덩이에 무차별적으로 머리를 맞은 배 의원은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8년 국회에서 단식 농성에 나섰다가 30대 남성에게 주먹으로 얻어맞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계란 투척은 비일비재합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서울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계란을 얼굴에 맞았으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 맞아봐야 한다”며 호탕하게 넘겼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2007년 경기 의정부 유세 당시 중년 남성이 던진 계란에 허리를 맞았습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021년 민생탐방을 벌인 강원 춘천 중앙시장에서 50대 여성이 던진 계란에 맞았습니다.
◆ 도마 위 오른 지자체장 안전…내년 6월 지방선거도 우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 한 행인으로부터 ‘맥주캔 투척’을 당했습니다. 다행히 캔이 바닥에 떨어져 위기를 모면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허용되어선 안 됩니다. 정치적 이견은 물론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양극화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 또다시 어떤 불미스러운 폭행·폭력들이 불거질까 벌써 걱정됩니다.
선거 기간이 아닌 일상에서 정치·행정활동을 벌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더 큰 문제입니다.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수행원 1∼2명과 동행하는 이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수많은 갈등의 해법은 폭력이 아닌 대화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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