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대표적인 생선 전어가 1년 만에 귀환했다. 지난해 ‘귀하신 몸’ 대접을 받으며 가격이 2배 가까이 치솟았던 전어가 올해는 풍어를 맞으며 절반 가격으로 떨어졌다.

기후 조건 변화가 직접적으로 어획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꼽히면서,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수산물 수급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경고한다.
◆지난해 ‘금(金) 전어’…사라진 원인은 극한 고수온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전어는 ㎏당 평균 2만3900원에 거래됐다. 1년 새 70t 넘게 줄어든 어획량 탓이었다. 2023년 8~9월 228t이었던 전어 위판 물량은 지난해 158t으로 31% 감소했다.
원인은 기후였다. 2024년은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여름철 평균기온 25.6도, 열대야 20.2일, 9월 평균기온 24.7도 등 주요 기후 지표가 모두 역대 최고였다. 바다도 달궈졌다.
한국 연안 해수면 온도는 17.8도로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상 고수온’ 발생 일수는 182일에 달했다. 바닷물이 지나치게 뜨겁고 짜디짰던 탓에 전어는 연안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올해 전어 값 ‘반토막’…풍어 배경은 비와 기온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달 1~13일 노량진에서 거래된 활전어의 평균 가격은 ㎏당 1만3600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이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9월 1~8일 전국 수협 전어 위판 물량은 94t으로, 지난해 같은 달 한 달치 물량(38t)의 두 배를 불과 일주일 만에 채웠다.
기후 데이터가 변화의 배경을 설명한다. 전남과 경남의 8월 평균 기온은 각각 27.7도, 27.5도로 지난해보다 1도가량 낮아졌다.

더 결정적인 변수는 강수량이었다. 전남은 296㎜, 경남은 250㎜로 지난해보다 3~4배 많았다. 바닷물 염도가 낮아지자 전어가 연안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전어는 민물고기는 아니지만, 강 하류와 연안을 선호한다. 수족관에서도 바닷물과 민물을 섞어 키울 정도로 낮은 염도를 좋아한다.
지난해처럼 비가 적게 와 바닷물이 짜지면 연안 접근을 꺼리지만, 올해는 강수량 증가로 서식 조건이 개선되면서 대량 어획이 가능했다.
◆“염도 변화, 전어 어획량과 가격 가르는 핵심 변수”
전문가들은 “전어는 더위에 강한 어종이지만 극단적 고수온과 저강수가 겹치면 연안 접근이 차단된다”며 “염도 변화는 전어 어획량과 가격을 가르는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전어 값의 급등락은 단순한 어획량 변동을 넘어 기후 변화가 수산물 수급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금(金) 전어’가 올해는 ‘풍어 전어’로 바뀐 것처럼 기후 조건 하나가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에도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운 좋게 기후 조건이 맞아떨어졌지만, 앞으로 기후 변동성이 더 커질수록 어종별 풍흉 격차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론 어종별 생태 연구와 기후 대응형 어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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