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야구의 꽃’은 홈런이었다. 2025 KBO리그 홈런 부문 부동의 선두인 삼성의 르윈 디아즈가 시즌 47호포를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제 역대 외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에 홈런 1개 만을 남겨놓은 디아즈다. 내친 김에 3개를 더 때려내면 외국인 타자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삼성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디아즈의 결승 3점 홈런에 힘입어 7-5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2연승을 달린 삼성은 시즌 성적이 67승2무65패가 되며 6위 롯데(64승6무65패)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리며 5강 수성을 한층 더 공고히했다. 아울러 이날 4위 KT(66승4무64패)가 LG에 6-10으로 패하면서 삼성과의 승차는 사라졌다. 승률에서 뒤져 KT가 4위, 삼성이 5위다.
이날 경기는 5강 경쟁 팀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당초의 롯데의 선발 등판 순서는 외국인 에이스 알렉 감보아였지만,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우완 불펜요원 박진이 임시 선발로 나섰다. 삼성은 외국인 2선발 가라비토가 나서면서 삼성의 우위가 예상됐다.


그러나 선취점을 따낸 건 롯데였다. 1회 2사 1,3루에서 삼성 포수 강민호의 포일로 3루 주자 고승민이 홈을 밟았다.
롯데 임시선발 박진에게 눌려 3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삼성은 4회에 경기를 뒤집었다. 김성윤, 구자욱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디아즈가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김영웅의 병살타가 나왔지만, 3루 주자 구자욱이 홈을 밟으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가라비토가 볼넷 6개,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는 등 제구난조에 시달리면서도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고 마운드를 떠났다. 가라비토는 5이닝 동안 무려 107구의 공을 던져야 했다.


가라비토가 떠난 삼성 마운드를 롯데는 놓치지 않았다. 6회 2사 만루 찬스에서 삼성 좌완 불펜 이승민을 상대로 윤동희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3-2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팀 홈런 1위 팀인 삼성 타선은 대포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박진이 3이닝 만에 내려가는 바람에 4회부터 마운드를 지킨 불펜 정철원이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볼넷을 내주자 롯데 벤치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인 최준용을 곧바로 가동시켰다. 반드시 무실점으로 막아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는 더 큰 화를 자초했다. 최준용을 상대로 삼성은 김성윤의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고, 구자욱이 동점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3-3을 만들었다. 이어진 무사 1,2루 기회에서 디아즈는 최준용의 체인지업이 바깥쪽 스트라이크 코스에 들어온 것을 결대로 밀어쳤다. 잘 맞은 라인 드라이브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다른 구장이었다면 2루타 정도의 장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지만, 좌우중간 담장이 짧은 라팍에서 나올 수 있는 ‘라팍런’이었다. 단숨에 삼성은 6-3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삼성은 7회초 한 점을 내줬지만, 7회말 구자욱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롯데는 4-7로 뒤진 9회 삼성 마무리 김재윤을 두들겨 5-7까지 따라붙고 2사 1,2루 기회까지 잡았지만, 대타 한태양의 잘맞은 우중간 타구가 김성윤에게 잡히며 패하고 말았다.

이날 시즌 47호 홈런포를 쏘아올린 디아즈는 2015년 테임즈(NC), 2020년 로하스(KT)와 함께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홈런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제 디아즈 앞에 남은 선수는 2015년 삼성에서 뛰던 야마이코 나바로가 기록한 48홈런이다. 디아즈는 이날 4타점을 올려 시즌 139타점으로 2015년 에릭 테임즈가 달성한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 타점(140타점) 기록 경신도 눈앞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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