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아쉽다. 한국 육상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챔피언 탄생이 눈앞이었는데 한끗 차로 놓쳤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9·용인시청)이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예상 외 부진으로 7위에 그쳤던 우상혁이지만,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있는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부활을 전 세계에 알렸다.
우상혁은 16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넘으며 2m36을 넘은 지난해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해미시 커(뉴질랜드)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상혁은 이번 세계선수권 이전에 올 시즌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모조리 우승을 차지했다. 2월9일 체코 실내대회 2m31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2월 19일 슬로바키아 실내대회 2m28, 3월 21일 중국 난징 세계실내선수권 2m31로 모두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실외 시즌에도서 우상혁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5월 10일 왓 그래비티 챌린지 2m29, 5월 29일 구미 아시아선수권 2m29, 6월 7일 로마 다이아몬드리그 2m32, 7월 12일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 2m34에서도 모두 1위였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선수 중 올해 실외 경기 최고 기록(2m34)도 우상혁의 차지였다.
올 시즌을 시작하며 ‘3월 난징 세계실내선수권,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 9월 도쿄 세계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정했던 우상혁은 마지막 남은 목표 달성을 위해 이날 쾌조의 스타트를 자랑했다. 2m20과 2m24를 1차 시기에 넘은 우상혁은 2m28과 2m31은 2차 시기에 성공하며 경쟁자들을 줄여나갔다.

메달 색깔을 결정하는 높이였던 2m34에서 1,2차 시기를 모두 실패한 우상혁은 3차 시기를 앞두고 “할 수 있다. 상혁아”라고 읊조리는 모습이 카메라 생중계에 잡혔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 뒤 힘차게 뛰어오른 우상혁은 마침내 2m34를 넘어섰다. 우상혁은 실외 경기 최고 기록 보유자라 가장 먼저 점프를 했기에 2m34도 가장 먼저 넘었다. 금메달이 보이는 순간, 커도 3차 시기에서 2m34를 넘으면서 우상혁과 커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이날 경기가 열린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깜짝 활약을 통해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한 우상혁은 4년이 흐른 이날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우상혁은 2m36을 1차 시기에서 실패했고, 커는 1차 시기에서 2m36의 바를 넘어섰다. 우상혁에겐 2m36을 2차 시기에서 넘어서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 상황. 우상혁은 바를 2m38까지 올리며 금메달을 향한 승부수를 던지만, 2,3차 시기에서 모두 2m38 바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은메달이 확정됐다.
2022년 유진 대회에서 2m35를 넘고,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낸 우상혁은 이날도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 메달 2개 이상을 따낸 선수로 기록됐다.
한국 육상 선수의 세계선수권 메달은 2011년 대구에서 남자 경보 20㎞ 김현섭(동메달)이 최초였고, 우상혁이 두 번째, 세 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아직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는 탄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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