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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눈물에 서울시 나섰다… 은둔청년 마음 여는 ‘치트키’는?

입력 : 2025-09-16 18:08:13 수정 : 2025-09-16 18:08:12
윤성연 기자 y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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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실패와 좌절로 방 안에 갇힌 청년들
서울시, 진단-상담-일 경험까지 통합 지원

#1. 60대 이정미씨의 아들은 10년 가까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때는 다정한 아들이었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하자 스스로 방문을 걸어 잠갔다. 아들의 은둔 생활이 길어지면서 집안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이씨는 문을 부숴 보기도 하고, 아들을 달래보기도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는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부모 교육에 참여해 “아들을 기다려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2. 30대 후반인 A씨는 2016년 퇴사 후 집에만 머물다 귀농을 택했다. 농장에서 일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몇 달간 집에만 있었다. A씨는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은둔 청년인 그는 내년이면 법적으로 더 이상 ‘청년’이 아니다. A씨는 “나이를 먹는다고 (은둔 청년)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에 은둔 중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 B씨는 낮 12시에 일어나 IT, 개발 등 관심 분야를 공부하고 저녁을 먹은 뒤 새벽에 잠드는 생활을 반복해왔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는 “일해서 월급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 더 겁이 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센터를 통해 일 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서울시는 고립·은둔청년 지원기관인 ‘서울청년기지개센터’ 개관 1주년을 맞아 16일 ‘청년과의 동행, 고립·은둔청년 현황과 정책을 묻다’ 포럼을 열었다. 서울시에는 현재 약 13만 명의 은둔청년이 있으며 이는 전국(약 62만 명)의 4.5%에 해당한다. 이로 인한 연간 사회적 비용은 5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하린 서울청년기지개센터 팀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은둔 청년 개인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청년은 사회의 미래인만큼 이들을 돕고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서울시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은둔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실패와 그에 따른 압박’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좌절은 자기 효능감을 낮추고,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국장은 “은둔 청년 문제는 기존 정책 실패의 결과”라며 “청소년기부터 따돌림, 학업 스트레스, 가족 내 갈등 등의 환경에 노출되는데, 회복 탄력성이 부족하면 첫 실패를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고립·은둔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 개발한 ‘사회적 고립 척도’를 활용해 청년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별 특성과 필요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이후 40개 이상의 민·관 협력기관과 함께 청년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참여자의 97%가 자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했으며, 77%는 자녀와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참여자였던 이씨는 “부모교육에서 진행하는 자조모임을 통해 희망을 봤다”며 “그동안 많이 속상했는데 다행히 아들도 예전보다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은둔청년을 조기에 발굴하고 사전 개입하는 한편 온라인 플랫폼 확대도 추진한다. 게임처럼 몰입할 수 있는 ‘기지개 온라인(on)’을 신설하고, 24시간 상시지원 체계를 도입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임 팀장은 “은둔청년들이 대면을 어려워하긴 하지만,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는 크다”며 “커뮤니티나 게임 등 온라인 활동은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은둔청년과 접촉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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