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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철 KDI 원장 “민간이 뛸 수 있게 AI 규제 풀되, 정부는 기반조성 힘 쏟아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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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7 06:00:00 수정 : 2025-09-16 21:33:21
대담=우상규 부국장, 정리=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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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올해 2% 아래로 떨어질 듯
대기업·정규직 기득권 장벽에 고용 위축
노동시장 경직성 개선… 생산성 제고 필요

AI는 글로벌 트렌드… ‘핀셋 개입’ 안돼
학과 증원·인재 유치 등 막힌 곳 뚫어야

노란봉투법 기업 성장에 플러스는 아냐
경제 성장 위한 ‘적정 수위’ 고민해 봐야

“정부가 뭔가를 해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나온 게 아니다. 진짜 전문가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공무원들이 ‘AI(인공지능) 산업 어디를 늘려야 한다’고 결정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2년10개월째 이끌고 있는 조동철 KDI 원장은 지난 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AI는 글로벌 트렌드로 정부가 거기에 방점을 두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AI 산업 발전을 정부가 주도하거나 세세하게 개입할 것이 아니라, 민간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통한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등에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난 2일 세종시 KDI 본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가 생산성을 갉아먹는다며 “궁극적으로 정년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 KDI 제공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지는 등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조 원장은 대기업, 정규직, 원청 중심으로 ‘기득권’ 장벽이 생산성을 위축시키고 있다면서 “이제는 이런 경직된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도한 규제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 원장은 건설업이 올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이며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에 대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실시한 것과 인건비 등 높아진 건설비용 그리고 규제도 세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징벌적 배상’ 등 처벌 강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건설업체 처벌을 세게 하면 경영자가 위축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과도한 규제에 우려를 표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KDI는 올해 성장률이 0.8%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엔 좀 나아질까.

 

“내년이 올해보다 조금 나을 것 같지만, 크게 나아질 것 같진 않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꽤 어려울 것 같다. 지표를 보면 내년은 그래도 올해보다 조금 나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을 전망할 때 특히 건설업 부진에 주목했다.

 

“건설업은 올해 -8%대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우리도 당혹스러울 정도다. 허가면적 등 선행지표가 최저점을 지난 지 꽤 돼 시차를 두고 어느 정도 올라오지 않겠느냐 예상했는데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건설업이 어려워진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실시한 것과 인건비 등 높아진 건설비용 그리고 규제도 세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파트 기준 착공부터 완공까지 평균적으로 3년이 걸렸다면, 지금은 3년6개월 이상 걸린다. 건설 위축을 완충하기 위해서는 건축허가 이런 부분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경제가 전체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다. 경기부양 방법 중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는 이유가 있나?

 

“금리인하라는 게 기본적으로 민간이 경제활동을 더 활발히 뒤로 미루지 않고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반면 재정정책은 공공이 직접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리인하를 지난해에도 이야기했고 올해도 하고 있는데, 이게 시차도 있고 올해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안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런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소비쿠폰 등의 재정정책을 해 금리인하 여력과 시급성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본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가이드라인 작업 중인데.

 

“아주 기계적으로 본다면 해당 법안들이 성장률에 플러스는 아닐 것이다. 산업재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성장률 외에도 사회적으로는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다. 그 부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쪽에서 비용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가리는 것이다. 가령 산재 관련해 건설업체 처벌을 세게 하면 경영자가 위축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적절한 징벌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중장기 성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정부는 AI에 방점을 둔 성장전략을 내놨다.

 

“AI는 글로벌 트렌드이기 때문에 거기에 방점을 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정부는 특정 산업을 부흥시킬 때 밑바탕을 잘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무엇을 해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나온 게 아니지 않으냐. 진짜 전문가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공무원들이 ‘AI 산업 어디를 늘려야 한다’고 결정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AI가 워낙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규제나 전력수요 부분 등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는 규제가 많아 글로벌 인재 유치가 어렵다. 미국에서 AI 관련 글로벌 리더 기술자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다. 우리는 좋은 교수님을 모셔오려 해도 봉급이 적어서 못 모셔온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잘 조절하고 막힌 곳을 뚫어줘야 한다.”

 

―AI 등 공대 인재 부족 문제도 심각한데.

 

“제일 중요한 것이 대학 정원이다. 시장의 수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반영하려고 할 때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수십 년간 이 문제가 지속됐다. 파격적인 연봉을 주고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려고 해도 다른 교수들이 반대한다. AI 학과를 만들려면 어딘가 줄여야 하는데 다들 우리 과를 줄이면 안 된다고 한다. 이해관계를 조정할 사회적 기제가 정말 부족하다. 의대정원이 대표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가 제일 반대했나. 전공의다. 그들은 하루에 몇 시간 못 자고 주중에 힘들게 살지만 나중에 나도 선배들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파이(이익)가 작아지는 느낌, 그런 이해관계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다.”

 

―노동시장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 않나.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 학교 졸업하고 직업 찾고 일하며 사는, 인생의 절반 내지 3분의 2가 노동시장과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직장’에 한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간다. 다만 이 허들을 넘을 때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미 들어온 사람들이 장벽을 높여놓은 것이다. 지원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런 구조가 말이 되냐 느끼게 된다. 이런 부분이 나라 전체의 생산성을 갉아먹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등 좋은 곳을 차지한 사람들이 장벽을 세운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낙오되지 않게 하려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목숨을 건다. 이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정년만 늘리면 이미 들어온 사람들만 혜택을 받는다.”

 

―정년연장 역시 비슷한 접근법이 필요한 것 같다.

 

“정년을 연장하는 것과 퇴직 후 재고용 중 선택하라면 후자다. 고용원이 1000명 이상인 직장에서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1대 1로 나타난다. 즉, 한 명 정년을 늘려주면 1명을 덜 뽑는다. 자영업이나 5∼30인 규모의 중소기업은 정년의 영향이 거의 없다. 정년을 법적으로 연장해주면 대기업, 공기업에 있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된다. 궁극적으로 정년은 없어지는 게 맞다. 그런데 국가가 아니라 노사가 시간을 두고 합의해야 한다. 이혼을 법적으로 금지시키면 결혼을 더 안 할 거다. 일단 고용하면 해고가 어려우니 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공채도 줄이고 수시 채용하지 않나. 기회가 더 열려 있어야 된다.”

 

―정부 경제정책에 제언한다면.

 

“규제완화라는 건 모든 정부가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그건 거의 90%가 정치적 프로세스다. 이해관계 조정이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우버가 없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우버가 들어오면 우버 사업자는 좋지만 개인택시는 피해를 볼 것이다. 그런데 이 논의에서 택시를 타는 사람들은 빠져 있다. 5000만 국민은 우버가 있으면 다 좋을 것이다. 규제 관련 논의에 소비자 편익이 더 반영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갈등을 완화해 가면서 사업자들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조동철 KDI 원장은…

 

●1961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서울대 경제학 석사●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경제학 박사●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미국 텍사스 A&M대 경제학과 교수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및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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