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주민을 지칭하는 ‘북한이탈주민’ 또는 ‘탈북민’이라는 표현을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통일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경기권 통일플러스센터 개관식 축사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탈(脫)’자”라며 “탈북, 어감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부가 이름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북향민(北鄕民)’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각 지역 향우회를 언급하며 “탈자를 떼고 ‘북향민’, 괜찮겠습니까?”라며 청중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북한이탈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통일부는 지난달 북한이탈주민학회와 연구용역 계약을 맺고, ‘북한이탈주민’과 ‘탈북민’ 용어의 변경 필요성 및 대체 명칭 후보를 검토 중이다. 결과는 오는 11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북한이탈주민 사회 내부에서도 기존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통일연구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9%가 법적 용어 변경에 찬성했으며, 대체 명칭으로는 ‘하나민’, ‘통일민’, ‘북향민’ 등이 고르게 선호됐다.
용어 변경을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이미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탈북민’ 표현을 정부 주도의 명칭 변경만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새터민’ 같은 새로운 표현을 시도했지만,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해 정착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을 위해 용어 변경이 필요한지, 법적 용어는 그대로 두고 일상 호칭만 바꿀지, 바꾼다면 어떤 명칭이 적절한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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