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어색한 상황 연출될 가능성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의 영국 국빈 방문(9월 16∼18일)이 임박한 가운데 트럼프의 약점으로 지목된 이른바 ‘엡스타인 스캔들’에의 연루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의 영국 일정을 수행해야 할 주미 영국 대사가 해당 스캔들로 인해 갑자기 공석이 되는가 하면 관련 사건 수사에 참여한 전직 검사가 “트럼프 때문에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으로 세계적 공분을 샀는데, 트럼프를 비롯해 미국은 물론 영국 유력 인사들도 엡스타인과 어울리며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PA 통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피터 맨덜슨 전 주미 영국 대사의 갑작스러운 해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하기 전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쳤다”며 “그때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파악이 됐더라면 결코 주미 대사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가 경력과 자질을 갖춘 수많은 외교관 가운데 왜 하필 맨덜슨 같은 인물을 골라 주마 대사라는 중책에 앉혔는지를 놓고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당인 보수당은 물론 여당인 노동당 내부에서도 스타머 총리의 판단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맨덜슨은 엡스타인 생전에 그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엡스타인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최근 주미 대사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문제는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미국 주재 영국 대사가 공석이 됐다는 점이다. CNN 방송은 이날 “트럼프의 2박3일에 걸친 영국 국빈 방문 일정은 거의 대부분 맨덜슨이 주미 대사로 있던 시절 그가 미국 행정부와 조율해 만든 것”이라며 “그런 맨덜슨이 갑자기 사라지고 엡스타인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트럼프가 영국에 체류하는 동안 어색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엡스타인과 관련된 ‘악재’는 또 있다. 과거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 수사에 관여한 모린 코미 전 뉴욕 남부연방지검 검사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미 법무부를 상대로 복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 코미 전 검사는 트럼프 1기 집권기 시절 백악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끝에 임기를 못 채우고 낙마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딸이다.
엡스타인은 생전에 트럼프와도 교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세간에는 ‘트럼프가 엡스타인과 어울리며 어떤 식으로든 부적절한 행위에 가담했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트럼프가 엡스타인과 음란한 내용의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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