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가져온 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값이 '오일 쇼크' 시기인 1979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이 인용한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만기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649.4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39% 상승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급락 장세는 물론 2007∼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가파른 상승 폭을 나타냈다.
금값이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중동발 오일 쇼크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급등세를 나타냈던 1979년 이후 처음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WSJ은 최근 금값 랠리 배경에 대해 "최근 상승은 부분적으로 백악관에 기인한다"며 "소액 투자자건 대규모 투자자건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금으로 달려들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해 달러화 가치 지속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게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해결을 장담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이 문제 해결을 향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주기적으로 시장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자산가들은 실물 금 보유를 늘리는 분위기다.
자산가들을 상대로 보안 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영국의 IBV 인터내셔널 볼츠는 최근 고객들로부터 실물 금 매수 주문이 급증했다고 WSJ에 전했다.
IBV의 션 호이 매니징 디렉터는 "다수 고객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 보고 팔기보다는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며 실물 금을 보관할 수 있는 금고 규모를 내년 중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금 열풍이 불고 있다.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1조 2000억원을 돌파하며, 금 관련 상품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1조 2367억원으로, 8월 말 1조 1393억원 대비 974억원 늘어났다. 이들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2023년부터 5000억~6000억원대를 유지했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급증해 지난 3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골드뱅킹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주 현물 기준 온스당 3600달러(약 501만원)를 돌파했다. 아울러 지난 12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1g당 16만 5100원 거래되며 지난해 말 대비 29.1% 뛰었으며, 9일에는 16만 7740원으로, 2월에 기록한 연중 최고점인 16만 8500원에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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