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나 기업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 이민 당국에 의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며 그렇게 머지 않은 미래에 그들의 전문 영역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기꺼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미 당국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구금됐던 한국인들은 약 1주일 만에 석방됐지만 이들 중 일부는 합법적인 비자소지자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의 강경 이민 정책과 투자 유치 정책이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이 매우 복잡한 제품, 기계, 다양한 ‘사물들’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가지고 미국에 들어올 때, 나는 그들이 자국의 전문 인력을 일정 기간 데려와서 그들이 미국에서 점차 철수해 자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미국인들에게 매우 독특하고 복잡한 제품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훈련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는다면, 칩, 반도체, 컴퓨터, 선박, 열차 등과 같이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하거나 많은 경우 우리가 과거에 잘했지만 지금은 다시 배워야 하는 그런 많은 제품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애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12일 사설을 통해 미국에는 이번에 구금된 이들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1일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하며 “미국인들이 듣기 거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서든 조지아에서와 같은 급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이라고 비판하며 “더 많은 해외 투자는 더 많은 미국 임시 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합리적 보수, 친기업적 성향을 띠는 WSJ 등 국내에서도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외국 기술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함이며, 그 업무가 끝나면 자국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외국 기술인력 유입 허용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유연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읽힌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 당국은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기술인력의 안정적 미국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