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이 정하고 있는 5가지 유언의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가운데 녹음유언에 관한 흥미로운 최신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3다217534 유언효력확인의 소).
녹음유언이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유언자가 자신의 육성으로 유언의 취지와 성명,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 과정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더불어 자신의 성명도 구술해야 합니다. 음성만을 녹음해도 되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녹음에 해당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해 녹음유언을 하게 되겠지요. 이번에 소개하는 판례의 사안 역시 변호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망인의 유언을 녹음했던 사건입니다.
사정인즉슨 변호사가 망인의 유언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뒤 원본 파일을 상속인 A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뒤 삭제하였고, 이후 A가 보관하고 있던 녹음일을 전달받아 저장했다가 그 파일을 검인기일에 검인 대상으로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상속인인 B는 녹음 파일의 마지막 수정일자로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유언검인조서에 위와 같은 이의진술이 기재되었습니다. 즉 녹음유언의 원본 파일을 분실했을 때 사본만으로도 유언의 효력이 인정될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해 드린 대로 유언검인조서에 이의진술이 기재되고 나머지 상속인이 유언집행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유언이 있어도 단독으로 등기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상속인을 상대로 유언 효력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아야 등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A는 나머지 상속인에게 유언효력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2심의 경과
1심은 디지털 녹음 매체를 이용한 녹음은 종래 아날로그식에 비하여 위·변조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A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2심은 사본 파일이 원본과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유언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유언증서가 성립한 뒤 멸실되거나 분실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유언이 실효되는 것은 아니고 이해관계인은 유언증서의 내용을 증명하여 유언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녹음에 의한 유언이 성립한 뒤 그 테이프나 파일 등이 멸실 또는 분실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에 제출하는 증거는 원칙적으로 원본이어야 하나, 원본 문서를 제출할 수 없거나 곤란한 상황에서는 원본을 제출할 필요가 없고, 대신 사본을 증거로 제출한 당사자가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유를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Tip
대법원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녹음 사본이 원본과 동일성이 있는 파일로 인정된다고 보아 망인의 유언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사본으로도 유언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입증에 드는 수고와 위험 부담을 고려할 때 원본을 분실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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