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법관평가위 설치
법조계 일각 “삼권분립 훼손”
대법원장 ‘사법권 독립’ 강조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이 1948년 출범 이래 사상 초유의 전환점을 맞았다. 검찰은 설립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됐고, 사법부도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은 이후 가장 대규모의 구조 개편 국면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정원을 26명으로 늘리는 방안과 함께 국회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내란특별재판부와 법관평가위원회 설치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권분립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의 입법 속도전 속에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형사·사법시스템 개편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며, 일단 제도가 바뀌면 원상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 관계 기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을 위한 진정한 형사·사법개혁을 이뤄내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다수의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사법부 내에 전담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것의 의미는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헌법상 인사권 일부를 법률로 제약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8·15 광복 직후와 4·19혁명 이후 두 번의 특별재판부 구성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는 개헌을 통해 도입했다는 점에서 지금과 다르다. 특히 이번 사안은 이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국회가 추천한 다른 판사에게 ‘강제 재배당’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일선 한 부장판사는 “결국 ‘판사 바꿔치기’를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강조하며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사법개혁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한 뒤 조 대법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전국 법원장 42명도 같은 날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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